[기자수첩]문재인 정부 ICT 성과, ‘자화자찬’ 안 되려면

계획 수립에만 집중?..5G+는 그나마 다행
VC 투자 증가 수치도 해석 논란
남은 3년, 미래 산업 일구는 부처되길
  • 등록 2019-05-13 오후 6:22:24

    수정 2019-05-13 오후 6:22:2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을 구축하고 연구개발(R&D) 혁신 생태계를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13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2주년 동안 과학기술·ICT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랑했다. 세종시에 있는 경제부처들이 KDI(한국개발연구원)을 통해 향후 과제 중심의 토론회를 연 것과 달리, 기획조정실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계획 수립에만 집중?..5G+는 그나마 다행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행사는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주요 성과로 내세운 것들이 △무슨, 무슨 계획(I-KOREA 4.0, 국가 R&D 혁신방안, 5G+전략, 수소경제로드맵 등)을 마련했다는 데 치우쳐 있거나 △성과로 내세운 것조차 논란이거나 과대 포장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성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조정실장이 14일 문재인 정부 2주년 ‘과학기술·ICT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공무원 일이 대부분이 ‘계획’ 수립에 있다 해도, 국민 관심은 전략(I-KOREA 4.0)자체가 아니라 평가나 보완점일텐데 반성이나 과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4월 3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5G를 상용화한 점은 글로벌 5G 리더십 확보에 도움되는 일이나, 이 때문에 국민이 겪게 된 5G 초기 품질 불안 사태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5G 융합 신산업에 대한 전략(5G+)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VC 투자 증가 수치도 해석 논란

또, 규제혁파와 중소·벤처기업 지원 노력 덕분에 2년만에 ICT분야 벤처캐피탈(VC)의 신규투자가 78% 증가했다고 홍보했는데, 따져보면 숫자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국내 VC 신규투자는 2014년 3864억원, 2015년 5482억원, 2016년 5021억원, 2017년 6725억원, 2018년 8957억원인데, 2년 기준은 문재인 정부에서 증가률이 앞서지만 1년 단위로 끊어 보면 박근혜 정부 시절 VC 신규투자 증가률(41%)이 문재인 정부 시절(최고 33.9%)을 앞선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VC 신규투자 증가률은 2014년 대비 41%이고, 2016년은 -0.9%로 줄었다가, 2017년은 33.9%, 2018년은 33.1% 늘었다.

그런데 2016년은 세계 경기 부진에다 대통령 탄핵사건으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급격하게 약화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 정책 덕분에, VC 신규투자가 확 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벤처 투자자금이 몰렸을 때는 김대중 정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과기정통부가 잘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무리 후하게 보려해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기업들은 도와주는 건 기대조차 않는다. 발목만 잡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카풀앱이나 블록체인 암호화폐 자금조달(ICO) 문제는 국토교통부나 법무부 같은 힘센 부처에 밀려 손놓고 있고, 해결을 위한 노력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남은 3년, 미래 산업 일구는 부처되길

공무원들로선 억울할 수 있겠다. ‘그래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라고.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4차 산업혁명의 리딩 부처로 공감받으려면 성과 자랑 브리핑이 아니라, ‘앞으로는 이러 이러한 부분에 더 신경 쓰겠다’는 내용으로 진솔하게 소통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정보통신부 수장이었던 남궁석 전 장관은 “우리에게는 정보는 없고 통신만 있다.그래서 문제”라고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줬다.

19년이 지났지만, 과기정통부는 여전히 가계통신비 절감을 부처의 최대 이슈로 보는 건 아닌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간 1.8조 이상의 통신비를 줄인 건 공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 기능을 왜곡해 수많은 알뜰폰 업체를 고사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과기정통부가 문재인 정부 남은 3년 동안은,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디지털 세상에서 더 이상 뒤처지지 않도록 규제혁신 정책에 집중하길 바란다. 미래 산업과 미래 일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아파트’ 로제 귀국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 여신의 등장
  • 표정부자 다승왕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