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선거 출마만 8번째… 선관위와 실랑이 한 김문수

23일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재건축아파트 방문
주민간담회 중 “왜 정책 발표 못 하냐”며 선관위와 공방
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정책 발표 등 일체 금지
“우리 이야기 들어달라” 주민들 성토… 본인 알리기만 급급
  • 등록 2018-05-24 오후 6:13:08

    수정 2018-05-24 오후 6:25:38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열린 재건축 및 보유세 관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정책 선거하라고 하면서 정작 공약을 말하면 안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선거법 상식과 너무 다르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재건축 및 보유세 관련 주민간담회’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장에 나와 있던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재건축을 앞둔 잠실주공5단지를 방문한 김 후보는 주민들과 간담회 도중 동석한 선관위 관계자에게 부동산 정책 공약 발표 여부를 물었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 이전이기 때문에 “의견을 듣는 것은 가능하지만, 예비후보의 정책을 말해서는 안된다”라는 답변을 듣자 김 후보는 발끈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혜숙 자유한국당 구의원 예비후도 “왜 못하느냐”며 따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실랑이로 시간이 흐르자 그를 지지하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자”라는 볼멘 발언이 터져나왔다. 일단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김 후보는 1시간으로 예정된 간담회 시간 중 절반인 25분 가량을 선관위 관계자와의 설전으로 허비했다. 결국 다음 일정을 위해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과연 김 후보가 선거법 규정을 몰랐을까. 그는 이미 3선 국회의원과 2번의 경기도지사를 지낸 배테랑 정치인이다. 이미 수차례 선거 경험칙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기간에는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정책 발표를 못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에게 더불스코어 이상으로 밀리는 김 후보 입장에서는 최대한 본인의 정책을 내세우고 싶을 정도로 절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해 강남권에서도 재건축 이슈를 선도한 가장 핫한 아파트로 꼽힌다. 최근 조합은 세금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송 각하 결정이 나자 재심을 청구했다. 재건축 규제 철폐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김 후보 입장에서는 이곳만큼 자신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도 없는 셈이다.

다만 공직선거법에서는 본격적인 선거운동 개시일(6·13 지방선거의 경우 5월 31일) 전까지는 특정 장소에서 일반 대중을 불러 모아 정책을 소개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다만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공약 정책 소개 등이 가능하다.

이날 잠실주공5단지 회의실에 모인 주민들은 김 후보에게 재건축을 둘러싼 자신들의 불만과 건의사항 등을 말하기 위해 모였다. 김 후보가 관계자와 공방을 주고받던 중 “이제 그만 우리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외친 어느 주민의 말처럼, 배테랑 정치인인 김 후보가 집중해야 했던 것은 선거법 공방이 아닌 그들의 애로사항이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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