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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관리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재건축 및 보유세 관련 주민간담회’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현장에 나와 있던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재건축을 앞둔 잠실주공5단지를 방문한 김 후보는 주민들과 간담회 도중 동석한 선관위 관계자에게 부동산 정책 공약 발표 여부를 물었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 이전이기 때문에 “의견을 듣는 것은 가능하지만, 예비후보의 정책을 말해서는 안된다”라는 답변을 듣자 김 후보는 발끈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혜숙 자유한국당 구의원 예비후도 “왜 못하느냐”며 따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실랑이로 시간이 흐르자 그를 지지하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제 그만하자”라는 볼멘 발언이 터져나왔다. 일단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김 후보는 1시간으로 예정된 간담회 시간 중 절반인 25분 가량을 선관위 관계자와의 설전으로 허비했다. 결국 다음 일정을 위해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해 강남권에서도 재건축 이슈를 선도한 가장 핫한 아파트로 꼽힌다. 최근 조합은 세금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송 각하 결정이 나자 재심을 청구했다. 재건축 규제 철폐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김 후보 입장에서는 이곳만큼 자신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도 없는 셈이다.
이날 잠실주공5단지 회의실에 모인 주민들은 김 후보에게 재건축을 둘러싼 자신들의 불만과 건의사항 등을 말하기 위해 모였다. 김 후보가 관계자와 공방을 주고받던 중 “이제 그만 우리 이야기 좀 들어달라”고 외친 어느 주민의 말처럼, 배테랑 정치인인 김 후보가 집중해야 했던 것은 선거법 공방이 아닌 그들의 애로사항이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