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작동 방식이 다른 숲은 숲대로 있어야 하고, 도시는 도시대로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숲과 도심의 경계가 도서정가제입니다.”(시인 박준)
소설가 한강과 시인 박준이 6일 서울 마포구 출판인회의 강당에서 열린 작가 토크에서 도서정가제 지지를 위해 나섰다. 다음달 있을 도서정가제 개정을 앞두고서다. 이들은 도서정가제 덕에 수많은 창작자와 플랫폼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와 질문을 던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조금씩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도서정가제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는 한명의 독자로서 도서정가제가 개악 될 경우에 대해 염려했다. 그는 “도서정가제가 없는 세계를 겪었고 그것이 없는 세상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안다”며 “그것은 태어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책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아주 짧게 보면 좋을 수 있다. 출판사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고 우리가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을 싼 값에 살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건 잠깐이고 시간이 지나면 도서정가제 이후 늘어난 2만종 넘는 책들은 결국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직접 토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여러 작가들이 도서정가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소설가 정세랑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말하는 주체는 다양한 다수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언제나 동네책방들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판인회의는 이날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정가제 여론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조사 결과 작가의 70%가 현행 도서정가제가 유지(39.7%) 또는 강화(30.2%)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47.1%로 ‘도움이 안된다’(33.0%)보다 1.5배 높았다.
여론 조사는 리얼미터를 통해 지난달 말 전국 3500명 작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135명이 응답했다. 신뢰도는 95%, 표본 오차 2.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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