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준비에 분주한 증권사들

금융사고 예방 위한 임원 책임 명확화
7월 시행 앞두고 시범운영…참여하면 인센티브
신분제재론 한계 vs 과도한 규제로 시장 위축
신한투자, 2월 도입 목표로 준법경영부 신설
  • 등록 2025-01-15 오후 4:50:05

    수정 2025-01-15 오후 6:43:38

[이데일리 김경은 김응태 신하연 기자] 대규모 투자 피해로 이어지며 금융사고의 온상이란 오명을 안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도 보험사와 함께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의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내부통제에 실패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만큼 증권사들은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을 두고 신분제재로는 금투업계의 대형 금융사고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논란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4월11일까지 제출시 인센티브 제공”

금융당국이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실시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7월 3일부터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또는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의 금융투자업자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보험회사는 올해 7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및 임원들(이하 ‘임원등’)의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관련 책무를 명확히 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묻는 제도다.

시범운영을 희망하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4월 11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된다. 제출 후 7월 2일까지 내부통제 등 관리조치를 이행하며 시범운영을 진행할 수 있다.

시범운영 참여 금융회사에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금융감독원은 시범운영 기간 중 제출된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과 자문 등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이 기간 동안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더라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고, 소속 임직원등은 법령위반 등을 자체 적발하고 시정하면 제재조치도 감경 또는 면제할 예정이다.

자료: 금융위원회 제공
△“내부통제 강화” VS “신분제재로 한계”

책무구조도 도입 배경에는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가 있다. 최근 5년간(2020.01~2025.01) 금융투자업계의 금융감독원 제재 공시 건수는 총 261건으로 개별 사안별로 따지면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10대 대형 증권사의 제재 공시도 이의 약 10%인 27건에 달했다.

증권업계의 자발적인 내부통제 강화 노력에도 최근까지도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악용한 라덕연 사태나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랩·신탁 불건전 영업관행 등 각종 대형사고가 이어졌고, 지난해에는 신한투자증권 ETF(상장지수펀드) 유동성 공급자(LP) 부서에서 1000억원대 대규모 손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증권업계의 내부통제 정착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금융투자업계는 사고 유형상 직접적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고, 사고 책임 입증도 쉽지 않아 책무구조도가 임원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내부통제를 보다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경쟁 심화와 수익 중심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신분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처럼 높은 과징금 제재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정남철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려면 신분 제재와 함께 금전 제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우려를 인식하고 책무구조도와 함께 금융사고 적시 보고 의무 강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포함시키고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등을 고려하고 있다.

반대로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상품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사고 파악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사고 우려로 리스크가 높은 상품을 취급하지 않게 되면서 자본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지주와 조직 구조 및 영위하는 사업이 다른데 같은 기준을 금융투자업자에게도 일괄 적용하는 부분은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책무구조도 도입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준비에 돌입해 가장 먼저 2월 도입을 목표로 이달 전산시스템을 오픈해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컨설팅을 거쳐 준법경영부 신설했고, 작년 5월 임원 책무기술서와 책무체계도 등의 책무구조도를 마련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하나증권 등도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임직원 교육 등을 통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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