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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완전고용 수준의 낮은 실업률 등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의 수많은 경제적 성과가 위기 이후 사라졌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미 유권자들이 내달 3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반의 좋았던 경제 상황을 기대하며 그에게 투표하거나, 대규모 실업사태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불만을 갖고 반대표를 던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유세에서 경제 성과를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려 했지만 코로나19 충격 이후 차질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지지율은 밀리고 있지만, 경제 부문에 있어서 만큼은 꾸준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WSJ이 지난달 29일 NBC방송과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53%로 트럼프 대통령(39%)을 14%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경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합하다는 응답자가 48%로 바이든 후보(41%)보다 많았다. 지난달 갤럽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 중 56%가 4년 전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것도 이같은 인식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선거를 보름 남짓 앞두고 경제 치적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행보가 막판 뒤집기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역사적 번영’과 ‘가파른 불황’ 구도로 만들고 있다”며 대선을 목전에 두고 경제에 초점을 맞춰 자신과 바이든 후보 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이라도 경제 성과를 강조해 마지막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전녹음 후 이날 공개된 공화당계 싱크탱크 ‘미국 기업연구소(AEI)’ 팟캐스트에서도 “좋은 소식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선 2~3일 전 발표된다는 것”이라며 “기록적인 숫자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잘해낸 덕분에 경제가 좋아졌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는 2주 후인 이달 29일, 대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발표된다. 지난 2분기 미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기대비 연율 마이너스(-) 31.4%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1947년 이래 최악의 수치다.
이에 미 언론들은 3분기 GDP 성장률이 급반등하게 되는 것은 경기가 바닥을 찍으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V자 반등이 아닌 K자 모양의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SJ은 “회복이 어떤 형태를 취하든 미 경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불확실성과 정부의 부채 속에 휩싸여 있다”고 꼬집었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 동안 무려 5조 6000억달러 늘었다. 오는 2022년 말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부채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WSJ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에선 6년 만에 지난 정부의 8년간 부채를 뛰어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