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초 “위기 때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와중에 삼성전자가 ‘진짜 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영업이익만 5.43조…세트 부문도 양호
삼성전자(005930)는 2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액 52조9700억원, 영업이익 8조1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5.63%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3.48%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준 데 이어 이날 잠정실적보다 더 좋아진 확정실적을 내놨다. 특히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사업 부문도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것이 확인됐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매출 18조2300억원, 영업이익 5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메모리의 경우 데이터센터와 퍼스널컴퓨터(PC)의 수요 견조로 실적이 개선됐다. 다만, 낸드(NAND) 비트(bit) 성장률은 모바일 수요 약세와 일부 응용처에 대한 일시적 가용량 부족으로 시장 성장을 하회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용 수요 둔화로 실적이 감소했으나, 파운드리는 고객사 수요 일부 회복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세트(완제품) 사업은 예상 대비 빠른 수요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관리(SCM)를 활용한 효율적 대응,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당초 우려 대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실적은 매출 20조7500억원, 영업이익 1조9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스마트폰 사업은 최악의 ‘보릿고개’가 예상됐던 올해 2분기를 무난히 넘겼다. 수요 감소와 매장 폐쇄 등으로 판매는 줄었으나, 비용 효율화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매출 10조1700억원, 영업이익 73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매출이 줄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 에어컨과 건조기, 그리고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등 프리미엄 TV의 판매 확대를 통한 제품 믹스 개선과 운영 효율화가 효과를 냈다. 다만 하만은 컨슈머 제품의 일부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동차 업황 악화 속에 영업이익 적자가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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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불확실성이 이어졌지만, 삼성전자는 투자를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메모리는 향후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공정 전환과 증설용 설비 중심 투자가 집행됐고, 파운드리는 미세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5·8나노 증설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개발 현황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내놓으며 메모리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4나노 반도체 생산을 건너뛰고 3나노로 직행할 것이라는 루머에 대해 “현재 4나노 1세대 공정 개발과 양산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 중이며, 현재 4나노 2세대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나노 공정에 대해서는 “2분기에 이미 5나노 제품에 대한 양산에 착수했다”며 “하반기 고객을 확대해 본격적으로 대량 양산 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출시하는 DDR5 D램에 대해선 “DDR4 대비 안정성이 강화되고 복잡한 연산 관련한 면역수준이 높아졌다”며 “DDR5 중앙처리장치(CPU)는 2022년까지 출시할 걸로 예상되고,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인프라에서도 이 제품 탑재를 검토하고 있어서 차세대 핵심 부품으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6세대 V낸드 수율(생산 제품 가운데 양품 비율) 부진 지적에 대해선 “싱글 스택 기반 6세대 V낸드 수율은 현재 매우 순조롭다”며 “고객사 디자인도 늘어나 하반기부터 램프업(생산량 증대)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