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위기]이재용 영장심사 8시간반 동안…임직원들 노심초사

수시로 뉴스 확인하며 법원 판단 촉각 곤두세워
4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 피로감 호소
  • 등록 2020-06-08 오후 7:54:30

    수정 2020-06-08 오후 9:43:3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8일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으로 구속심사를 받고 있는 동안 삼성 내부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올스톱’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삼성물산·제일모집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8시간30분 동안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 시간 동안 삼성 임직원들은 노심초사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 침울한 분위기 속 법원 판단 기다려

앞서 삼성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연속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라는 의혹을 적극 방어해 왔다. 그러나 이날은 별도 공식 입장 없이 구속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부 삼성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뉴스를 검색하는 모습이었다. 몇몇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점심을 거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최근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등 우리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 발표에 다들 신나게 일하는 분위기였는데, 지난주부터는 JY(이재용 부회장) 검찰 수사와 영장 청구 소식 등으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침울하다”고 전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2년 전 겪었던 총수 공백 사태가 재연되는 상황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당시엔 반도체 시장이 호황이었던 반면, 이번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코로나19 사태 등 최근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총수의 강력한 추진력이 바탕이 됐다”며 “임직원들은 이러한 리더십 부재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한 전례가 있다. △미래 성장사업 180조원 투자(2018년 8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 133조원 투자(2019년 4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13조1000억원 투자(2019년 10월)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증설 약 18조원 투자(지난달) 등은 모두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이뤄졌다.

◇ 4년째 사법 리스크 이어져 피로감

삼성 임직원들은 4년째 이어지는 ‘사법 리스크’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는 지난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별검사 출범 이후 3년6개월 동안 세번째다. 이번에 수사받고 있는 경영권 승계 관련 사건도 2018년 11월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1년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삼성이 지난 3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것도 사법 리스크가 조기에 해소돼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했으면 답을 하는 척이라도 해야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국민 과반수는 ‘불관용’보다는 ‘선처’를 더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가 눈길을 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삼성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 지난 3일부터 7일 오후 10시30분까지 5일간 이 부회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닷새 동안 뉴스를 제외한 11개 채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된 총 게시물 수는 4783건이었다. 이들 포스팅 가운데 언급된 상위 30위 내 연관어 수량은 모두 3만4291건이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언급 포스팅 내 연관어 중 여론과는 직접 관련없는 중립어 2만1611건을 제외한 ‘선처’ 의견 연관어는 7488건, ‘불관용’ 의견 연관어는 5192건이었다. 점유율로는 ‘선처’가 59.05%, ‘불관용’이 40.95%로 국민 10명중 6명의 의중은 선처를 바라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국민들이 온라인에 적극 포스팅한 글들을 정밀 분석하면 이 부회장이 경영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의견이 더 많은 게 민심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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