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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4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며 대표직 사퇴 뜻을 밝혔다. 홍 대표는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 대표와 지도부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당의 위기는 이 정도 조치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단 게 정치권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자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후 우리가 분열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데 대한 심판이 아직 덜 끝난 것 같다”고 했고, 한국당 한 관계자는 “아예 당의 문을 닫으란 민심”이라고 우려했다.
이 당선자의 지적처럼, 이번 선거 결과는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건을 당하고도 책임 있는 자들의 반성이 없었던 데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문재인정권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 등에도 협조하지 않아 국정운영에 ‘발목잡기’만 했다는 경고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철저한 자숙과 반성 이후엔 당 해체, 인적쇄신을 통한 재창당 조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주를 이룬다.
이철우 당선자는 “중도, 보수, 우파를 모두 아우르는 시민단체들과 안보·경제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함께 당을 만들어서 신선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은 김태흠 의원은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이나 당권교체 정도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다간 2년 뒤 다시 심판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민주당이 노무현정권 심판론 속에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뒤 이듬해 대선, 또 다음해의 총선에서도 잇달아 크게 졌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단 경고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가시화되는 환경에서, 더 이상 ‘낡은 보수’ ‘반공보수’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목소리에도 무게가 실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남북 평화체제로 가는 시대에 보수가 반공주의를 말한다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든다”고 했고, 한국당 한 관계자는 “언제까지 안보팔이, 색깔론 무기를 쓸 건가”라고 반문했다.
박상평 정치평론가도 “먼저는 당을 해산하고, 한국당을 망친 홍준표 사단과 친박근혜계를 제외한 모두가 나와서 신보수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외부 수혈이 해서 그들에게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신율 교수는 “당을 해체하되, 다시 정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건 여태껏 해왔던 방식이고 이반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며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무소속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3선 이상 중진의원들에 대한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진작 탄핵 이후에 중진들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며 “자리를 싹 비워주고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올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