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뒤바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전국 17개 지방의회 권력 지형(제1당 차지비율)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4곳을 싹쓸이 한 가운데 지방의회도 같은 당 광역의원으로 구성돼 일당 독주 체제의 지방자치단체가 탄생한 것이다. 한국당은 광역의원을 배출한 12개 시도 중 의석수가 10곳 미만(비례대표 포함)인 곳이 8곳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조차도 갖추지 못해, 사실상 견제나 비판 기능의 역할을 하기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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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 광역의원 선거에서 824개 의석(비례대표 포함) 중 민주당이 80%에 달하는 652석을 차지했다. 지방의회 권력을 사실상 여당이 완벽하게 거머쥔 것이다. 한국당은 기존 지방의회에서 제 1당으로 있던 9개 지역(강원·충북·충남·부산·울산·경북·경남·대구·인천) 중 지켜낸 곳은 TK(대구·경북) 2군데가 유일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도의원 의석수를 보유한 경기도의회의 경우 142석 중 135석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차지했다. 경기도의회 한국당 소속 당선자는 단 1명, 비례대표를 포함해도 4석에 불과하다. 야3당(한국당·정의당·바른미래당)이 얻은 의석은 고작 7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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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제1당을 차지한 곳도 눈길을 끈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채가 강했던 부산에서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시의회를 장악했다. 부산시의회 47곳 중 민주당이 41석을 차지했다. 1995년 민선 첫 지방선거 이후 부산은 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진 보수 정당이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원을 장악하다시피 했지만 23년 만에 정치지형도가 처음으로 바뀐 것이다.
경남도의회도 민주당이 제 1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민주당은 지역구 58석을 뽑는 경남도의원 선거에서 34석을 얻어 과반을 훌쩍 넘겼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50석, 민주당 2석, 노동당 1석, 무소속 2석이었다.
◇부산·구미도 함락… “보수몰락 전국 확산”
광역단체장 선거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선거도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비례대표 포함 전체 2927명에 달하는 기초의원 역시 민주당이 독식했다. 지역구 기초의원(총 2541명)의 경우 민주당 소속 당선인은 55%에 달하는 1386명을 차지했다. 특히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부·울·경과 대구·경북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승리의 깃발을 꼽았다. 경북 구미는 20여년간 보수정당이 장악해 온 이른바 한국당의 ‘표밭’으로 분류된 곳이다. 하지만 구미 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 후보를 선택했고, 구미시의회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7명 전원을 당선시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압승은 이미 예견됐지만 보수의 심장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까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상상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의 기초의회도 ‘디비졌다’는 표현이 무색치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 구시군의회 선거에서 부산 지역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9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새정치민주연합(58명)을 압도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정반대였다. 부산 기초의원 선출 정수 157명 중 민주당이 87명을 배출해냈고, 한국당은 69명에 그쳤다. 금정구를 제외하면 한국당이 민주당을 이긴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 을에서도 윤준호 민주당 후보가 김대식 한국당 후보를 누리고 당선된데 이어 기초의원 역시 의원 절반인 8명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