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 어머니 보러가다 과속한 게 잘못인가요"[그래서 어쩌라고]

위독한 가족에게 가다가 과속하고 뺑소니낸 사건
범행 경위 참작할 만하지만 유무죄 뒤집기 어려워
  • 등록 2023-06-10 오전 12:36:00

    수정 2023-06-10 오전 12:36: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위독한 상태의 가족을 만나러 가려고 과속으로 운전하거나 교통사고를 내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년의 A씨는 2021년 6월 대낮에 지방의 한 고속도로를 시속 180km가 넘는 속력으로 달리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고속도로의 제한 최고속도는 100km/h였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당시 과속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이유를 대고 호소했다. 출장을 갔던 A씨는 병원에 입원 중이던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서 급히 돌아가느라고 규정 속도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A씨 부친은 1년 동안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수차례 긴박한 상황을 넘긴 적이 있었다. 당일도 병원 측은 여차하면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가족의 동의를 얻으려고 A씨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A씨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부친 주변의 가족이 A씨만 있었던 건 아닌 점을 고려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A씨 가족도 같은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고, 병원은 A씨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동의를 얻어 의료행위를 이어갈 수 있었다.

A씨의 속도위반이 한 차례뿐인 것도 들었다. 상황이 아주 급했으면 다른 과속 방지 카메라에도 단속됐어야 하거늘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당시의 상황을 두루 고려해 벌금 2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경미하거나 참작할 사정이 있으면 선고를 미루는 법원 판결의 한 형태다.

법원은 “제한속도 80km를 넘는 과속은 교통안전에 큰 위협을 주는 행위”라면서도 “범행 경위는 참작할 만하다”고 했다. 이어 “당시 부친이 임종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하려고 했던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정을 참작해 양형을 낮췄지만 유무죄를 뒤집지는 않은 것이다. B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B씨는 2021년 12월 충남의 한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망했다가 붙잡혔다.

B씨는 당시 위독한 모친이 “얼굴을 보고 싶다”고 연락해와서 이동하는 길이었다. 그런데 평소 앓던 질환을 다스리는 진통제에 더해 수면제까지 복용한 상황이라 몽롱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를 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8월의 집행을 1년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마찬가지로 법원은 B씨의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범행 당시 피고인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급하게 운전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가 있었다”며 “자신을 키워준 고령의 어머니가 위독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연락한 점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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