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서울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비었던 소아응급센터가 아이들 울음 소리로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2년이 넘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이들이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게 했는데 다행히도 이 상황은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또 다른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응급실과 병원에 소아환자를 볼 의료진이 없다는 것이다.
대형 재난을 겪으면서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은 일정 수준의 개선을 이뤘지만 소아응급시스템은 아직 20-30년 전 낡은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응급실 소아 환자의 진료 부담은 온전히 전공의가 감당해 왔다. 수익이 되지 않는 소아에 대한 지원은 늘 뒷전이었고 응급센터의 지원과 관심은 성인 환자에만 집중되었다. 예측하고 대비할 시간도 없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소아응급의료가 붕괴되는 현실은, 전공의 진료로 겨우겨우 유지되던 소아응급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는 무너져 가는 소아의료 지원을 위해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확충이나 각종 평가에서 소아관련 지표 강화, 공공수가 적용 등 여러 대책을 내 놨지만 당장 응급실이나 병동에서 환자를 볼 의료진 충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어렵게 소아응급실 근무를 감내하고 있는 의사들은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나는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소아응급의료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대처 방안은 고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도 아이를 받아 줄 응급실을 알아보기 위해 부모님들이 직접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 하고, 결국 지역 경계를 넘어 먼 거리를 차로 달려야 소아응급실이 열려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언제까지 정부의 지원 대책만 바라보고 아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떨어지는 출산율을 잡겠다고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출산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지역 내 소아응급실 운영에 대한 지원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
소아응급, 나아가 소아의료의 위기는 젊은 세대에게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더 악화시키고 있어 더 안타까운 심정이다. “아이는 온 마을이 함께 기른다” 는 말처럼 “아픈 아이는 온 지자체가 책임지고 돌본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