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싸게 팔아요"…서울 '눈물의 마피' 속출, 왜?

돈 조달 어렵고 수익성도 글쎄…손절용 '마피' 분양권 매물 줄줄이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구로구 호반써밋개봉 등
올해말이나 내년 입주 앞두고 마이너스피 분양권 등장
"계속 돈 부어서 잔금까지 치르느니 원금 회수가 낫다"
  • 등록 2024-12-12 오전 5:00:00

    수정 2024-12-12 오전 5:29:1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신축 아파트 분양권이 분양가보다 싼 가격이 나오는 일명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급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분양권, 분양가보다 낮춰서 내놓는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면적 80㎡ 규모 아파트 분양권이 10억 3251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2022년 분양 당시 일반 분양가보다 무려 6000만원 가량 싸게 나온 것이다. 1000만~3000만원가량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 매물들도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개봉 전용 84㎡ 아파트 분양권도 1600만원 가량 싸게 나왔다. 당시 분양가는 9억 7400만원이었지만 발코니 확장, 옵션 등을 고려하면 10억 1583만원이 소요되는데 1583만원을 깎아 10억원에 내놨다. 분양가는 계약금만 납입한 상태이고 내년 1월까지 잔금을 치를 경우 입주가 가능하다. 관련 공인중개사는 “시장 분위기가 좀 침체돼 있다. 마이너스 분양권은 한 두 건 정도 더 나온 상황”이라며 “(분양가가 낮아졌음에도) 직접적인 문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벤처타운푸르지오 전용면적 84㎡ 규모 아파트 분양권은 프리미엄 없이 10억 193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7200만원 가량의 중도금을 납부했지만 내년 5월 입주를 앞두고 원금을 회수하는 데 주력키로 한 것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했음에도 마지막 잔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가 나타나는 것은 그 만큼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졌음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9월부터 시행된 데다 은행의 연간 대출 총액 규제 등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엔 중도금 대출이 건설사 신용에 따라 일률적으로 취급됐다면 요즘엔 중도금 대출도 각 개인의 소득, 신용에 따라 얼마나 대출이 나올 지가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5일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자금조달 어렵고 분양가도 높고 세입자도 구하기 힘들다”

올해 또는 내년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들은 공사비가 한껏 높아졌던 작년에 분양을 시작했던 터라 잔금을 모두 치르고 아파트에 입주하더라도 아파트가 추가 상승해 수익성을 보장받을 것이란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권을 포기하고 기존에 납입했던 계약금, 잔금 등 원금을 되돌려받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희순 한국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나이가 많은 분들은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서 언젠가는 오르고, 오르기 전에 파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이 강한데 젊은 분들은 이것을 기회비용이라고 여긴다”며 “세금 등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 시세차익 기대가 점점 어려워지니까 보유하는 데 실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계약금, 중도금 등 이미 납부한 금액만 돌려받을 생각으로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내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8.6으로 전달(93.8)보다 5.2포인트 하락했다. 서울이 100으로 5.2포인트 하락하는 등 수도권은 90.6으로 무려 11.3포인트나 급락했다. 11월 현재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입주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잔금대출 미확보(응답자의 37.9%)’가 제시됐다. 기존 주택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는 응답도 31.0%에 달했다. 세입자가 확보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19.0%였다.

잔금 등 자금조달이 어렵더라도 전세 등 세입자를 구하는 방법으로 아파트 보유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가구가 입주하기까지는 몇 달 정도 걸리는데 경기가 좋거나 주변 시세 대비 가격이 낮다면 투자 수요도 많고 전세로 들어가려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입주가 빨리 이뤄지는 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잔금 완납을 못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입주 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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