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EO 자격 '정보통신' 제외 두고선 '시끌시끌'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으로 바꾸는 정관 추진
반대: 현대차 경영권 장악 우려.."ICT 통찰력 반드시 필요"
찬성: 주주가치 향상위해.."그보단 KT승계구조 안정화가 중요"
  • 등록 2023-06-09 오후 3:41:39

    수정 2023-06-09 오후 4:04:5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가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정관개정안을 올리면서 대표이사(CEO) 자격요건에서 ‘정보통신(ICT) 전문성’을 빼기로 하자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정보통신 전문성 대신 ‘산업 전문성’을 고려 항목으로 넣었지만, 자칫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ICT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산업의 정보기술(IT)융합추세를 고려한 합리적 조치라는 의견이 부딪힌다.

이 문제는 어찌 보면 단순한 문제일 수 있지만, 7월 중 선임될 차기 CEO가 누가 되느냐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KT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 등 범 산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현직 KT 임직원 등 범 ICT계의 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 현대차 장악 시나리오까지…“ICT 통찰력 반드시 필요”

네이버 KT주주모임 카페에는 정보통신 전문성을 뺀 것은 현대차출신 CEO를 앉히기 위한 ‘KT 장악 시나리오’라는 글이 오르는 등 시끄럽다.

아이디 ‘젝트’님은 “현대차 출신을 KT CEO로 내세우기 위한 자격요건 완화”라면서, 여기에는 뉴거버넌스 TF 의장인 주형환 전 산자부 장관의 힘이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증거가 없다. 주 전 장관이 활동했던 뉴거버넌스 TF는 정관 개정을 맡았지만, 해당 TF에선 로봇이나 수소산업 등 IT융합 추세를 고려했을 때 CEO 자격요건에 ICT 전문성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던 이유에서다.

이와 별개로 ICT 전문성을 뺀 데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산업에는 금융산업도 있고, 음식료 산업도 있는데 각각 업의 본질 자체가 다르다”면서 “그런데 KT CEO는 그 업의 미래를 조망하면서 통찰하면서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려면 ICT 산업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 경험이 없다면 CEO를 할 수 있을 까 걱정된다”고 했다.



찬성: 주주가치 향상 위해…“KT 승계 구조 안정화가 더 중요”


KT의 주가가 3만300원 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통신 이외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일구려면 굳이 통신이나 ICT 분야에서 차기 CEO를 찾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KT의 한 임원은 “네이버, 카카오보다 돈을 잘 버는 통신사들의 주가가 엉망인 것은 통신으론 비전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다른 산업과의 IT융합에서 미래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관 개정안의 문제는 CEO 자격이 아니라, 무리한 주총 의결기준 상향이나 민간 기업으로서 후계 승계 구조를 충분히 담지 못한 데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손종원 한국ESG 평가원 대표는 “낙하산은 절대 안 되지만, ICT 전문성은 사업부문장에겐 중요하나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한 CEO의 기본 덕목은 아니어서 빼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CEO 선임을 기존 주총 50%에서 60%로 올리고 연임 CEO는 3분의 2로 하자는 건 나중에 KT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정관 개정 역시 정상적인 후계자 승계정책으로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EO는 되도록 KT를 아는 전·현직 인물 중에서 선발하되 주주와 정부 등 이해관계자와 사전 소통하라는 것이다.

한편 KT 정관 개정안 25조에 따르면, CEO의 자격 요건으로 각 호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즉 반드시 모두 해당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구체적으론 ①기업경영 경험과 전문 지식 ②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③글로벌 리더십 역량④산업·시장·기술에 대한 전문성 등 4가지다.

이처럼 CEO 자격요건을 두고 논란이 커서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KT가 또 한 번의 풍랑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다만, 언젠가는 새로운 목적지로 순항할 것이라는 게 KT 임직원들의 예상이고 바람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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