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 히딩크' 찰스 로우 감독 "한국 럭비, 일본 넘을 수 있다"(인터뷰)

-2019년 대표팀 기술고문으로 인연...현재 대표팀 사령탑
-"한국, 재능있는 어린 유망주 많아...앞으로 미래 더 밝을 것"
-"럭비는 철저힌 팀 스포츠...슈퍼스타보다 팀이 강해져야"
  • 등록 2022-05-11 오전 1:08:58

    수정 2022-05-11 오전 8:56:10

한국 럭비 대표팀 사령탑 찰리 로우 감독. 사진=대한럭비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럭비는 팀 스포츠입니다. 손흥민 같은 슈퍼스타가 나오면 좋겠지만 팀 전체가 강해지도록 만드는게 제가 할 일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찰리 로우(57·남아프리카 공화국) 한국 럭비대표팀 감독의 별명은 ‘럭비의 히딩크’다. 2019년 대표팀 기술고문을 맡으면서 한국 럭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철저한 분석과 맞춤형 전술로 대표팀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 덕분에 한국은 1923년 국내에 럭비가 처음 도입된 이후 96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제너럴 매니저 겸 퍼포먼스 디렉터 활동하며 한국 럭비의 첫 올림픽을 이끌었다. 도쿄올림픽을 마치고는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로우 감독은 현재 15인제, 7인제 대표팀 감독은 물론 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등 다양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가 없으면 한국 럭비가 마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우 감독이 처음 한국 럭비를 접했을 때는 답답한 마음도 있었다. 주먹구구식 지도에 익숙한 선수들을 처음으로 리셋시켜야 했다. 기존의 많이 뛰고 강하게만 몰아쳤던 훈련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선수들에게 GPS를 부착해 운동 데이터를 측정해 개개인별로 훈련 강도를 조절하는 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처음엔 생소한 훈련 방식에 어리둥절했던 선수들도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선수들에게 세심하게 접근하는 로우 감독을 더욱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1 아시아 럭비 세븐스 시리즈에서 준우승하며 17년 만에 7인제 럭비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럭비대표팀 간판스타로 최근 축구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2’에도 출연 중인 안드레 진은 “한국 럭비는 로우 감독 전과 후로 나뉜다”면서 “그전까지 한국 럭비가 소형차였다면 로우 감독과 함께 하는 지금은 슈퍼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로우 감독도 한국 럭비 선수들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당장 뉴질랜드나 호주, 잉글랜드 같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올라서진 못했지만 아시아에서 정상을 겨룰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최강인 일본은 럭비 시스템이 잘 구축돼있고 선수 자원이나 팀도 많다”며 “15인제에서 우리가 일본을 계속 이긴다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목표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하지만 7인제는 다르다. 7인제는 우리 선수들 능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경기 시간 자체가 짧다”면서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일본과 10번 맞붙어 3번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우 감독은 “지금 우리 목표는 10번 중 3번의 승리 확률을 6~7번으로 높이는 것이다”며 “럭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한국 럭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간다면 일본을 능가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로우 감독의 눈앞에 놓인 목표는 오는 9월 7인제 럭비 월드컵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중요한 목표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면서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번 7인제 럭비 월드컵은 로우 감독의 고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다. 우리 목표는 일단 1승이다. 어느 한 팀 쉬운 상대는 없지만 로우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로우 감독은 “정말 1승이 목표라면 그건 가능할 수 있다”며 “1승을 달성하면 다음 목표는 2승이 될 것이고 선수들은 역사를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주느냐다”면서 “최강 뉴질랜드를 이기는 것은 당연히 어렵겠지만 최대한 퀄리티 있는 경기를 펼쳐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로우 감독은 한국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물론 세계 수준과 비교해 피지컬이 떨어지는게 사실이지만 폭발력은 밀리지 않는다”며 “특히 어린 선수 가운데 4~5년 뒤 한국 럭비를 세계 무대로 이끌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따끔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로우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지구력이 부족하고 기술적으로는 시야가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경기 중 압박 상황의 대처 능력도 더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 럭비에서 손흥민 같은 슈퍼스타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자 로우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선수가 나올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선수보다는 팀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면 그건 선수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축구는 점수가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몇몇 선수만 잘해도 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럭비는 팀의 작은 부분이라도 무너지면 팀 전체가 쉽게 허물어집니다. 감독으로서 슈퍼스타가 되고 싶은 선수를 밀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1차적 역할은 모든 선수를 발전시켜 팀 전체가 강해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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