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버렸다” 의류 상가에서 번진 최악의 불…애끓는 탄식[그해 오늘]

2019년 9월 22일 서울 제일평화시장 화재, 23시간 만에 진화
스프링클러·창문 없어 화재 진압 난항
가을 시즌 준비하던 상인들 눈물 “손해 막심”
2020년 3월 31일까지 복원공사 진행 후 재개장
  • 등록 2023-09-22 오전 12:00:03

    수정 2023-09-22 오전 12:00:03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오늘 새벽 0시 38분,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제일평화시장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을 삼킨 화마는 최초 화재 발생 23시간 만인 23일 밤 11시 21분쯤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00여 곳의 좌판식 점포가 있던 3층이 모두 전소하는 등 716억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2019년 9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 제일평화시장에 화재가 나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제일평화시장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없는데다 창문이 밀폐돼 있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시작된 3층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창문이 금속 패널로 밀폐돼 있어 열기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화재 초기에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1979년 처음 문을 연 제일평화시장은 당초 지상 3층,지하 1층으로 지어졌으나 2014년 4개 층을 증축하고 건물 외벽을 금속 패널로 덮었다. 스프링클러는 새로 지어진 4층부터 7층까지만 설치됐다.

연기는 사고 현장 부근인 동대문 일대는 물론 바람을 타고 용산구 남영동 등 서울 도심 곳곳까지 퍼졌다. 특히 의류 상가 특성상 불에 잘 타는 옷가지와 원단이 건물 내부에 쌓여 있고, 내부 구조가 복잡해 소방당국은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관련 중부소방서 장춘근 검사 1팀장은 “의류는 불이 붙으면 종이처럼 타서 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불에 탄 위쪽이 경화돼 딱딱해지고 불이 아래로 들어간다”며 “물을 뿌려도 경화된 바깥쪽에서 막힌 채 안쪽으로 침투되지 않아 화재 진화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의류 유통시장은 햇빛에 상품이 상할 수 있어 창문을 만들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진입하기 어렵고, 열과 연기가 건물 안에 체류해 화점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이 통로까지 진열된 경우도 있다”며 “통로가 좁아서 화재 시 다수 인원이 원활하게 대피하기 곤란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가의 모든 상인들은 화재로 인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채, 제일평화시장 인근 DDP 옥외 공개 공지에 천막을 치고 임시영업을 이어갔다. 상가 입주민들은 “이제 가을 시즌이라 원피스 등 고가의 의류들이 많다. 단가가 높은 옷들이라 손해가 막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중구는 피해상인들을 돕기 위해 재해구호성금 모금함을 개설하기도 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제일평화 시장 상인들이 화재 피해를 극복하고 영업이 정상화 될 때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제일평화시장은 2020년 3월 31일까지 복원공사를 진행했으며, 그해 4월 27일에 리뉴얼하여 재개장했다.

리뉴얼공사는 구분소유자들이 단합하여 자발적으로 조성한 화재공사비 기금을 출자해 진행됐다. 최신식 환기시설, 소방시설, 스프링클러, CCTV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상가 내부 전면 리모델링도 함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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