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 공감대 형성이 먼저

  • 등록 2022-11-28 오전 6:00:00

    수정 2022-11-28 오전 6:00:00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납품단가 연동제가 불필요한 규제가 되지 않아야 합니다. 협력, 상생, 연대가 수반되지 않은 납품대금 연동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겁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6월 납품대금연동제 TF(태스크포스) 회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느 한쪽만 만족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8월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TF(태스크포스)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최근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가 너무 이르게 진행돼 우려가 크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칼로 무 베듯 일괄적인 적용이 어려운 탓에 주요 참여자의 협력, 공감대는 필수다. 중소기업 단체들은 법제화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제도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할 대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당초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을 어떻게 참여시킬지 고민을 거듭했다. 우월적 힘을 통해 계약관계에서 우위를 차지, 계약 단절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꺼내 든 방법이 시범운영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진단해보자는 것과 인센티브로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위탁기업 44개사, 수탁기업 317개사가 334건의 연동약정을 체결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해당자사, 특히 대기업들은 이를 법제화까지 이어가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아직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장단점과 보완할 점 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 중소기업 중앙회를 제외한 경제5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시범사업이 종료된 이후 결과를 바탕으로 법제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2008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14년동안 공전을 거듭했다. 법률이 보장한 계약당사자의 대등한 법적 지위와 민사법상 계약자유의 원칙과 같은 계약의 일반원칙을 위반한다는 이유가 컸고 수탁기업의 도덕적 해이나 기업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원자재 가격이 가장 높을 때 제도를 도입하는 게 적합하냐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견과 우려가 있음에도 작금의 상황에 납품대금 연동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다. 조금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시대적 소명으로 접근하면 어떻게든 조율이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염원뿐 아니라 대기업의 공감대 형성에도 세밀히 접근해야 한다. ‘법’ 자체가 아닌 14년 만에 어렵사리 불씨를 살린 납품대금 연동제도를 활성화하는 진정한 게 목적이라면 법안으로 규정하고 규제화 하기보다 동참하고 싶은 여건을 만드는 게 아직은 더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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