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시간여행' 떠나기 좋은 날

  • 등록 2022-08-01 오전 6:15:00

    수정 2022-08-01 오전 6:15: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모임 때마다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대한민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 가보면 대부분 애국자가 된다는 사실이다. 인천공항의 간편한 출입국 절차, 안전한 도시, 밤늦도록 즐길 수 있는 선술집, 광속의 배달문화, 깨끗한 화장실과 공원 등 부러워할 만한 자랑거리가 많다. 더욱이 최근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가 192개국으로 싱가포르와 공동 2위에 올라 대한민국 여권(旅券)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이번 여름에는 그간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개발도상국 현지 자문을 위해 2년여 만에 비행기에 올랐다. 개도국 탐방은 유럽, 미국 등 선진국 방문에 비해 색다른 감동과 교훈이 있다. 특히 세계사적으로 화려한 문명과 경제 강국이었던 국가와 민족들의 흥망성쇠를 보며 긴 역사의 흐름 속에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아시아, 아랍 및 아프리카의 많은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첨단 미래가 뒤섞여 공존함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압축된 ‘시간 여행자’가 된 느낌이다. 개도국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풍습, 역사와 전통에 관한 깊은 이해와 과거 화려했던 전성기에 대한 존중이 필수적이다. 특히 그들의 일과 삶의 문화에서 ‘다차원 시간’ 개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의 관념은 낙후된 ‘노동 생산성’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차원 시간’은 농경시대, 산업시대 그리고 지금의 디지털시대의 시간개념을 하나의 바구니에 넣은 것과 같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나라의 근대화 및 세계 각국의 산업화를 통한 경제성장 과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 시절 배웠던 세계역사와 지리에 관한 배경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이과’임에도 국사, 세계사, 제2외국어, 한문, 지리 등 다양한 과목을 배웠다. 과학도 지구과학, 물리, 화학, 생물 등 전 과목을 이수해야 했다. 이렇게 많은 과목을 다 익히며 어떻게 대입 준비를 할 수 있었는지 현재의 우리 청소년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과학과 음악, 미술 시간에 세계사적 흐름의 배경지식과 때론 그 시대의 고전을 공부하고 다른 나라의 시와 문학이 곁들여진 수업은 인문학적 상상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 말 그대로 통섭의 이치를 깨닫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인문과 과학의 융합 시대이다. 인간의 창의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수많은 고대, 중세의 현인들은 역사와 철학, 과학, 수학, 예술 등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법칙과 이론을 발견하고 작품을 창작하고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창의성은 풍부한 ‘지식의 샘’에서 나오는 것이고, 균형감을 잃지 않고 깊게 생각하는 힘은 기초가 튼튼한 학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다.

어느 학자들은 암기 위주의 선다형 수능이 창의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능 대신 막상 수시모집에서 면접 질문을 해보면 창의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과학지식이나 기초적인 수학적 개념을 응용한 논리의 전개, 융합적 문제해결 등 자신의 사고를 제대로 표현하는 학생이 많지 않음을 느낀다. 폭과 깊이가 함께하는 배움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의 기업들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우리가 만든 제품과 기술을 수출한 결과, 글로벌 10대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이제는 반도체를 필두로 영화예술, 음악을 비롯하여 차세대 원전, 고등훈련기 및 장갑차 등 방산 제품의 수출까지 폭넓은 수출전성기를 다시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글로벌 경제강국, 높아진 대한민국 여권(旅券)의 위상만큼 품격 높은 국민이라 자부할 수 있는가? 수준 높은 ‘글로벌 품격’은 세련된 ‘글로벌 리터러시’에서 나오고 이는 세계사와 세계지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청소년기에서부터 넓은 세상의 역사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이번 여름 휴가철은 세계사를 읽기에 좋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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