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이대론 ‘제2의 라덕연’ 못 막는다

초유의 주가조작인데 특단의 대책은 안 보여
시스템 구멍, 솜방망이 처벌, 감독체계 엇박자
상상초월 범죄 막으려면 대책도 금기·성역 없어야
  • 등록 2023-05-18 오전 6:01:00

    수정 2023-05-18 오전 6:01: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대로 가면 증권사만 두들겨 패고 끝나는 것 아닙니까.”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조작 사태 추이를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거란 우려에서다. 3년에 걸친 초유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는데, 소리만 요란할 뿐 초유의 특단의 대책은 보이지 않아서다. 이대로 가면 소 잃고 제대로 외양간도 못 고쳤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한 라덕연 호안 투자자문사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로 가보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기간에 먹고 빠지는 게 아니라 이번처럼 수년에 걸친 주가조작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민된다”고 답했다. 한국거래소는 시세조종 포착 기간을 현재 100거래일에서 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3년 이상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위기다. 인력·예산 부담이 커져서다.

금융 전문가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대책을 물었다. 안 교수는 “한 번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할 정도로 처벌해야 주가조작이 근절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현재는 주가조작을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겨도 제대로된 벌금조차 부과되는 않는다. 부당이익액에 ‘2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 16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 주가조작 처벌 강화 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금감원 엇박자”라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힘 윤주경·민주당 이용우 의원,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은 금융위가 가진 감독규정 제·개정 권한 등을 금감원으로 이관하자고 제안했다. 금융위가 액셀(산업정책)과 브레이크(감독기능)를 모두 가질 게 아니라 금감원으로 감독 기능을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논의해 봄직한 주제인데, 정부 대책에는 쏙 빠져 있다.

이번에 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진 건 금융당국의 상상력·창의력·정보력이 부족한 점도 한몫했다. 라덕연 일당은 ‘주가조작=수개월 단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차액결제거래(CFD)를 동원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기상천외한 수법을 썼다.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당국의 정보탐지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라덕연’을 막으려면, 대책도 고정관념을 깨고 획기적이어야 한다. 논의의 성역과 금기를 두지 않고, 금융감독체계 등 민감한 현안도 수술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동안 주가조작 기사를 쓰면 ‘사건번호 133번은 수사하고 있나요’라는 댓글이 종종 달리곤 했다. ‘도이치모터스’ 불공정거래 사건번호 133번을 언급하는 댓글이다. 야당 지지자의 정치적 성향을 담은 댓글일 수도 있지만, 주가조작 진상규명·처벌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의견이기도 하다. ‘제2의 라덕연’을 막는 근본 해법은 예산·인력 대책이 아닐 수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주가조작을 뿌리 뽑겠다는 정권 의지를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해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의정부고 졸사 레전드
  • "잘 하고 올게"
  • 아기천사
  • 또 우승!!!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