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노사 법치 바로서야 자치도 바로 선다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 등록 2023-02-20 오전 6:33:19

    수정 2023-02-20 오전 6:33:19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노동탄압 중단하라.”

개혁의 기치는 올라가고, 전투가 시작됐다. 외양은 법치와 자치의 충돌이나, 실질은 ‘법의 지배’ 원칙 바로 세우기다. 상대는 거대노조, 선제는 정부가 잡았다.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건설노조 불법비리 강제수사, 노조의 회계 투명성 확보, 불공정한 호봉제 혁파, 근로시간 유연화 등이 1차 개혁 목록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한국노총은 사용자단체도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민심은 냉랭하다. 자업자득이다. 청년이 보기에 자주성과 연대를 외면하는 노동단체는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집단이 됐다. 경영자단체도 구태를 벗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경영혁신은 보이지 않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안전에 대한 진정성 없이 최고경영자의 중대재해 면책만 부각되며 빛이 바랬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지지는 뜨겁다. 2023년을 공정과 법치를 위한 노동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대통령 의지도 결연하다. 거침없는 직진에 반대파도 은근히 고질병 노사관계의 판도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노동개혁을 추진하다간 박근혜 정부처럼 될 거라며 눈치 보던 이들도 개혁을 외치며 발걸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 소리는 요란하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없다. 진영대결 진지전이 고착된 현실에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모두 ‘노동개혁’을 추구했으나 온전히 성공한 사례가 없다. 사건 수사 방식의 업무처리는 시원스럽지만 동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개혁은 부패 척결에 그치지 않고 제도와 관행을 바꾸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법치는 열차에 시동을 거는 수준에 불과하고, 노조의 저항과 야당의 반대라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려면 여론이 관건이다.

한국 정치와 노동체제에서 개혁의 주동자 역할은 여전히 정부 몫이다. 그런데 체계적인 비전과 전략보다는 개별적인 문제해결식 접근이 두드러지고, 왜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어디로 가자는 것인지도 또렷하지 않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지난해 12월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관계자가 도로에 세워둔 화물차들에 붙어있던 파업 관련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사자치가 원칙인데 왜 법치냐는 프레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법의 지배란 본래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자인 대통령이 노사법치를 내세우고, 국민이 이를 지지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노조와 자본은 이미 권력이고, 법을 무시하며 힘을 남용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횡포와 금권이 판을 치면 약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리더의 기회주의적 사익 극대화가 일터를 분열과 투쟁의 장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치는 개혁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며, 자치로 가는 정거장이지 종착역은 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법의 지배’가 ‘법에 의한 지배’로 변질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정부 과잉개입의 부작용을 권위주의 정부와 정경유착 시대에 질리도록 경험했다. 국민이 정부의 법치 드라이브를 지지하면서도 경계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이유다.

잠자던 공정과 상식을 깨워 일으켰다면 내 편이 아니라 국민 편에서 법의 지배를 공정하게 추진해야 한다. 노사가 자기 주도적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자치의 제도적 공간도 넓혀야 한다. 노사는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기 혁신에 나서기 바란다.

법대로만 하면 된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싶어도 장외 불법투쟁이 더 주목받으면 선명성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법과 원칙’이 확립돼야 ‘대화와 타협’도 가능하다. 노동자를 위해서도 법치를 확립하고, 그 토대 위에서 노동체제의 재구성을 위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자치를 원한다면 법치를 바로 세우라. 법을 바꾸고자 한다면 법의 지배부터 존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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