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국軍의 딜레마

  • 등록 2022-07-20 오전 6:15:00

    수정 2022-09-28 오후 3:11:07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이번 달 초 윤석열 대통령이 계룡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참석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지휘관들을 격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전 장병과 군무원들의 노고와 헌신에 고마움을 전하며,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과 단기복무 장교·부사관 지원율 제고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다 좋은 말씀이고 꼭 실현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정책이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한국군에 내장된 결정적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그 딜레마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한국군의 딜레마는 제한된 국방예산으로 55만의 대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위협을 감안할 때 많은 병력이 필요하지만, 예산 제약과 부대 운영의 문제가 따른다. 작년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502억 달러다.(2022 SIRRI) 영국(684억 달러)이나 프랑스(566억 달러), 독일(560억 달러) 보다 적다. 중요한 것은 병력 규모다. 영국군의 현역은 작년 기준 15만3000명 수준이다. 프랑스는 약 21만명, 독일은 18만명 조금 넘는다.

이들 모두 우리보다 더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하지만 병력은 3분의 1수준이다. 우리 장병 1명당 국방비 지출이 서구 나라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단순히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방비 부담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로 영국(2.2%), 프랑스(1.9%), 독일(1.3%), 그리고 일본(1.1%)과 비교할 때,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대군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역판정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 신체검사에서 현역판정률은 81.2%였다. 대상자 가운데 20세 남성 장애인 약 5000여 명을 제외할 경우, 실제 고졸 남성의 현역입대율은 85%가 넘는다. 몸만 건장하면 조직생활에 적응할 수 있건 없건 모두 입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현역 판정을 해 55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병사 관리의 어려움이다. 지적 수준과 무관하게 조직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전체 병력 가운데 보호관심 병사가 21.8%나 된다는 조사도 있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부모의 보살핌 속에 살아온 ‘Z세대’다.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각급 지휘관들은 이들 관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강군을 만들기 위한 교육·훈련보다 이들 관리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제한된 국방비로 대군을 유지하다 보니 복무환경은 열악하고 급여 수준도 낮다. 간부의 경우 장기복무도 어렵고 진급 경쟁은 치열하다. 인력 부족으로 야근과 초과근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병사들의 급여인상과 복지향상은 또 다른 예산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원율도 떨어지고 점차 기피직업이 되어간다. 유능한 부사관들이 소방관이나 해경으로 유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군대가 나쁜 직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군을 조직적으로 무능하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과학기술로 무장한 정예화된 군대를 만들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한국군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제한된 예산으로 지금의 대군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의 복지 수준으로 군대에 인재가 모여들기를 기대할 수 없다. 군대를 좋은 직장, 가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강한 군대, 초일류 군대 운운하는 것은 허망할 따름이다. 이제 우리가 유지해야 할 적정 병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기존 병역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그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면 양병(養兵)을 책임진 이들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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