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손엔 페인트 안묻었다… 법의학자가 본 ‘인하대 성폭행’ 그날

  • 등록 2022-08-16 오전 6:35:01

    수정 2022-08-16 오전 6:35:01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인하대 캠퍼스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가해 남학생에게 검찰이 직접 살인죄를 적용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김모씨가 지난달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구미옥 부장검사)는 지난 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인하대 1학년 김모(20)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초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보고 지난달 22일 준강간치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 후 김씨가 성폭행 시도 중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 죄명을 바꿔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경찰이 적용한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에 대해선 김씨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피해자의 신체가 촬영되지 않았고 신체 촬영의 의도가 없었다고 보고 혐의없음(불기소) 처분했다.

이때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고 할 당시 사망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부작위’가 아닌 ‘작위’에 의한 살인을 했다고 봤다. 추락한 피해자를 방치해 간접적으로 살해한 게 아니라 직접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의 살인죄 적용에는 법의학 감정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 검찰과 함께 사건 현장을 조사한 법의학자인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석좌교수는 피해자가 스스로 추락했을 가능성보다는 김씨의 외력에 의해 떨어졌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교수가 제시한 근거는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91~0.192%로 상당히 높았다는 점, 복도 바닥에서 창문까지의 높이가 1m 6㎝, 벽 두께가 24㎝였는데 B씨의 손에 벽면 페인트가 묻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이 교수는 “피해자는 추락 후 4∼5시간 만에 사망하기까지 병원에서 수액도 맞고 혈액도 투여받았다”라며 “추락 직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사망 당시보다 더 높았을 것이고 이른바 ‘세미코마’(반혼수 상태)로 의식이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추락한 복도 바닥에서 창문까지 높이를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스스로 올라가려면 벽면을 손으로 짚어야 한다”라며 “미세물질검사를 했는데 피해자 손에서는 벽 페인트가 산화하면서 묻어나는 물질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직접 살인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주장과 충분히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 건물에서 술에 취해 의식이 없던 동급생을 성폭행하려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피해자가 2층과 3층 사이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피해자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12부(임은하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첫 재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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