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테슬라는 무엇으로 돈을 버나

기존 자동차와 다른 전기차의 사업 생태계
충전시스템 만들어 글로벌 표준으로 육성
차량 내 SW 유료화 땐 효자 수익모델 될 듯
전기에 연결된 스마트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
  • 등록 2018-07-26 오전 5:00:00

    수정 2018-07-26 오전 5:00:00

테슬라가 제공하는 충전 시스템 파워월.
[김지현 IT 칼럼니스트]테슬라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커다란 충격을 준 스타트업이다. 에너지원을 화석 에너지에서 전기 에너지로 바꾼 전기차를 만들어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카를 만들어 플랫폼 비즈니스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지난 3월 테슬라 모델3의 생산 지연과 높은 불량률로 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자율주행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크게 요동치기까지 했다. 인력 감축에 배터리 결함 등
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테슬라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테슬라의 행보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다시 정의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오늘은 테슬라의 사업 혁신에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테슬라의 첫 번째 상용 전기차 모델은 2012년 출시된 프리미엄세단 ‘모델S’로 6만3750달러(약 7188만원)부터 시작된다. 2015년 출시된 ‘모델X’는 SUV 모델로 13만3000달러가 최저 사양의 가격이다. 2016년 출시한 ‘모델S’는 2012년 모델의 반값으로 3만5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우리 돈으로 약 4000만원, 유사한 성능의 타사 제품이 5000만원을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충전소 ‘슈퍼차저’ 개방 땐 판매보다 수익 커

특히 테슬라의 최대 강점은 타사 전기 자동차에 비해 연료비가 매우 적거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점이다. 미국 기준으로 테슬라의 완전충전에 드는 전기료는 9달러로 340km를 달릴 수 있다. 게다가 테슬라 급속충전 스테이션인 슈퍼차저는 테슬라 고객에게 무료로 전기를 제공해준다. 슈퍼차저를 이용하면 20분 만에 전기차 충전을 완료할 수 있으며 한 번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 전기차의 인터넷 사용료도 테슬라가 지원해주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무료이다. 부품 비용도 주행거리에 상관없이 핵심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8년 무한 품질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소비자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제품인데, 정작 ‘테슬라는 돈을 어디서 벌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기차 충전 시스템의 유료화이다. 즉, 차량 판매보다는 전기 에너지의 중개를 통한 수익 모델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 시스템과 관련한 다양한 특허를 외부에 공개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에 대한 표준과 인프라를 선점하고 테슬라 외의 전기차도 이 충전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 차량의 주유비, 스마트폰의 통신비처럼 전기차의 충전은 사용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동안은 평생 지불해야만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표준과 인프라를 주도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차량 판매보다 더 큰 전기 에너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그래서, 테슬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2차 전지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네바다주에 건설 중이다. 이것이 완성되면 연간 50GW(기가와트) 수준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어 50만대의 테슬라 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전기차 에너지의 50%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전역에 설치된 슈퍼차저라는 전기 충전소는 테슬라 자동차에 무료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만일 이 충전소가 타사 전기차에도 제공이 되어 소비자 혹은 타사 전기차 제조사에 적절한 비용을 부과한다면 차량 판매보다 더 큰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슈퍼차저 방식의 특허를 공개해 이것이 전기차 충전 시스템의 표준이 되도록 함으로써 이 충전소를 다른 전기차들도 이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모든 전기차 기업이 이 같은 충전소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없는 만큼 테슬라의 충전소를 이용하도록 자사 전기차의 충전 시스템을 테슬라 슈퍼차저에 맞추면 테슬라는 충전 시스템에 대한 표준을 장악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테슬라는 2015년에 공개한 가정용 배터리인 테슬라 파워월과 기업용 배터리 시스템인 파워팩을 이용해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하고 가정, 기업 내에 자체적인 전력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테슬라가 아닌 개인이나 기업이 독자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서 재판매,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수익 모델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 세계 자동차는 약 20억대 가량이며 1년에 약 1억대의 자동차가 팔리고 있다. 이중 전기 자동차의 판매량은 2016년 기준으로 연간 미국에서 15만대, 중국은 34만대, 유럽 20여만 대 수준으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테슬라는 올해 50만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참고로 2017년까지 10년간 판매된 테슬라의 차량은 약 25만대이다. 전 세계 전기차가 연간 5000만대 이상 판매되더라도 테슬라가 이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에 대한 레퍼런스 표준을 수립하기 위해 테슬라를 저렴하게 공급하면, 비록 차량 판매는 전체 시장의 10%가 되지 않더라도 전기차 충전 관련 에너지 시장은 50% 이상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 모델은 이 50% 이상에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기 보급된 25만대 가량의 테슬라 전기차와 앞으로 매년 보급될 50만대의 차량으로 테슬라는 약 2019년 즈음에는 100만대의 전기차 보급대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2020년부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수백만 대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수천만 원의 전기차를 구매한 고객 대상으로 테슬라 차량의 특정 기능, 서비스에 대한 유료화, 즉 소프트웨어 유료화는 작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은 효자 수익 모델이 될 것이다.

◇앱스토어 같은 수익화 모델 개발도 가능

또 테슬라 차량 내에서 서드파티(소프트웨어나 주변 기기를 개발·공급하는 외부의 전문기업)의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되는 서비스들을 외부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 개발 지원 도구(API)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애플의 앱스토어와 같은 수익화 모델을 고려할 수도 있다. 차량 특성상 사용자에게 돈을 받는 모델에 있어 스마트폰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고가로 책정할 수 있고, 서드파티에 비용을 받는 형태의 수익 모델 고려도 가능하다. 물론 수백만 대의 차량이 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통, 광고 등과 연계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의 차량 판매와 보수, 수리를 통해 소비자에게 돈을 받는 B2C(기업 대 개인)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B2C 수익 모델과 에너지와 API,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수익 모델이 테슬라 자동차를 통해 보이게 될 것이다. 기존 휴대폰과 스마트폰, TV 방송과 월드와이드웹(WWW)의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다르듯이 기존 자동차와 전기차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고정관념을 벗어난 혁신적인 형태로 우리에게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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