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CES 2019, 자동차와 TV의 미래

  • 등록 2019-01-24 오전 5:01:00

    수정 2019-01-24 오전 5:01:00

[김지현 IT 칼럼니스트]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 가전 시장의 미래와 첨단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전시하는 쇼가 열렸다. 제조업과 통신업 중심의 전 세계적인 IT 전시회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그리고 내리막길을 걸은 대만의 컴퓨텍스(COMPUTEX), 독일 하노버의 세빗(CeBIT) 중 가장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다양한 분야
의 기술이 소개되는 곳이 CES이다.

특히 5년 전부터 사물인터넷(loT), 헬스케어, 가상현실(VR), 3D 프린터와 드론 그리고 3년 전부터 스마트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작년부터 블록체인, 로봇과 스마트시티를 선보이면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종합 전시회로 변화해오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에서 시작한 행사가 다양한 IT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담론의 장으로 바뀌면서 CES는 기술의 청사진과 사업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났다.

올해 CES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시사점을 만날 수 있었다.

◇화질과 크기에서 벗어난 TV의 새로운 프레임

가전기기의 중심에 있는 TV는 CES에서 중심에 선 기기이다. 가정의 필수품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중심에 선 TV 디바이스는 그간 더 크고 선명한 디스플레이의 경쟁이었다.

그런데 이번 CES에서 LG전자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경쟁의 프레임을 선보였다. 가정 내 중심인 거실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TV는 계속 커져 가는데, 평소 보지 않을 때 어떻게 주변 가구와 어울리도록 만들 수 있을까가 TV 제조업체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래서 액자처럼 보이게 하거나 TV 벽면의 벽지와 같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기도 했다. 그런데, LG전자는 아예 TV 디스플레이를 돌돌 말아 안보이도록 형태의 변화를 꾀했다. 삼성의 6K 219인치 크기의 벽면을 가득 채운 TV보다 4K 65인치 OLED 롤러블이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기존과 같은 프레임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아예 새로운 형태로 TV를 재정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TV의 미래는 이런 크기나 화질, 형태를 벗어나 그 안에 담기는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애플은 애플TV에 아이튠즈, 에어플레이, 홈팟 등 애플의 콘텐츠 생태계를 가두는 전략을 취해왔지만 이번 CES 2019에서 LG전자, 삼성전자에 이들 서비스를 오픈하는 제휴를 발표했다. 미국 TV 셋톱박스 시장의 강자 로쿠TV는 콘텐츠 플랫폼을 다양한 TV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제휴를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구글처럼 보라색 유니폼을 입는 로쿠TV 요원들을 TV 제조사 부스에 보내 자신들의 콘텐츠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TV의 미래는 스마트폰처럼 디바이스 껍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콘텐츠 플랫폼에 있을 것이다.

올해 CES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LG전자의 롤러블 TV.
◇자율주행 기술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로…진화하는 자동차

자동차는 CES에서 차세대 주목할 핵심 기기로서 5년간 꾸준하게 전시회의 메인 테마로 다뤄졌다. 특히 자율주행은 구글의 웨이모, 우버를 필두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앞 다퉈 투자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 같은 기술의 미래를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아닌 CES가 가져간 것은 자동차 역시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CES에서 주목할 자동차 기술은 자율주행 그 자체보다 모빌리티라는 서비스였다. 이제 자율주행은 더 이상 말로만 떠들고, 실험실에서만 연구하는 수준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보여지는 범용 기술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CES에서도 더 이상 자율주행의 기술을 논할 수 없게 됐고, 대신 자율주행으로 얻게 될 자유로움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율주행차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지와 두 손이 자유로워진 상황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기술이 선보여졌다. 자율주행 기술이 일반 도로가 아닌 농장, 바다, 하늘 그리고 택배산업 등에 적용됐을 때 어떻게 신사업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빌리티 사업과 솔루션들이 등장했다. 유럽의 타이어 제조업체이자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콘티넨탈은 작년에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이후 올해 가로등 위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도심 내 차량의 효율적인 이동을 돕는 스마트시티 솔루션과 자율주행차와 배송 로봇의 결합을 통해 배송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우디는 디즈니와 제휴해 차량 운행 중에 VR 기기를 이용해 차량 운행 방향이나 움직임과 연동된 VR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서비스인 홀로라이드를 선보였다. TV처럼 차량 역시 그 공간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즐길 것인지 콘텐츠 플랫폼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안에서의 서비스 미래를 보여준 삼성전자 디지털 콕핏.
◇양강구도 굳어진 AI 생태계

그간 인공지능(AI)은 B2B(기업간 거래) 측면에서는 특정한 문제에 집중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영역,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서는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어시스턴트(보조 장치)로서 진화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여전히 보다 고도화되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는 AI의 기술적 진보를 엿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엔비디아 그리고 코웨이, P&G 등에 이르기까지 IT 제조업체부터 기존 굴뚝 기업들이 제품의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AI를 선보였다. 이는 올해나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달라진 점은 음성 기반의 AI 어시스턴트가 구글과 아마존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면서 생태계가 본격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헤이 구글(Hey Google)’을 라스베이거스 곳곳에서 광고하고, 부스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기들을 가정, 사무실, 아이, 음악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를 했다. 또한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샌즈 엑스포에서는 ‘프렌즈 오브 더 구글 어시스턴트’를 마련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배하는 수많은 기기들을 전시했다. 작년 CES에 이어 더 많은 곳에서 흰색 유니폼을 입은 구글 직원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기기의 부스에서 후원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마존 역시 여러 엑스포에 알렉사를 전시하는 부스를 운영해 알렉사 생태계의 저력을 과시했다. 실제 TV, 세탁기, 시계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전시한 부스에는 어김없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지원한다는 문구를 만날 수 있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1600개, 아마존 알렉사는 3500개의 제휴 기업과 약 1만종, 2만종의 기기를 연동시켰다. 구글의 경우 이를 지원하는 제품의 판매량만 10억대, 알렉사는 1억대로 애플과 함께 압도적인 음성 AI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음성 AI가 단순한 서비스 수준의 임계점을 지나 그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던 많은 하드웨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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