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활고 가족’ 잇단 극단선택…정부, 더 빠르게 움직여야

  • 등록 2022-11-27 오후 4:09:08

    수정 2022-11-27 오후 9:17:04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한 주 사이에만 두 건 일어났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창전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어머니(65)와 딸(36)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관문엔 9월 기준으로 5개월째 밀린 전기요금을 납부하란 독촉장, 월세를 못내 계약이 해제됐으니 방을 비워달란 집주인의 편지가 붙어 있었다. 모녀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세입자가 숨진 것 같다’는 집주인의 신고 때문이었다. 돈으로 얽힌 이 외엔 이들을 찾지 않았다.

이들을 도울 방법은 있었다. 이미 지난 7월에 모녀가 함께 건강보험료 1년2개월, 통신비 6개월 등을 연체한 사실을 정부가 알아채 ‘위기가구 대상’으로 발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 달 전 수원 세모녀 사건과 판박이로, 주소지를 옮긴 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추적을 통한 지자체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거주지 이전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위기가구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펴지 않으면서 비극이 재현됐다.

지난 25일엔 인천의 한 빌라에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해, 10대 형제가 숨지고 40대 부부는 중태에 빠진 채 발견됐다. 이들 부부의 첫째 아들이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교사가 직접 집을 찾아가면서 신고가 이뤄졌다. 집안에선 손으로 몇 번을 고쳐 쓴, “부검과 장례식은 하지 말고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서가 나왔다.

고금리·고물가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경제적 이유로 생을 포기하려는 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웃들의 관심은 물론, 정부의 빠른 대책 추진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위기가구 발굴에 활용하는 정보를 34종에서 44종으로 늘려, 질병·채무·고용·체납 위기정보를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으로 입수할 수 있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책부터라도 내년 하반기가 아닌 당장 시행할 수 있게 앞당겨야 한다.

(사진=연합뉴스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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