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순 매출 12조 원, 영업손실 5300억 원을 기록한 쿠팡이 매출 22조 원, 영업이익 2370억원을 낸 이마트보다 20배 이상 가치가 있을까? 이것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GM보다 자동차 판매 대수가 13분의 1에 불과한 테슬라의 시총이 GM의 7배 이상인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주가는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테슬라 주가가 2020년 7월 연초 대비 3배 이상 오르면서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되었을 때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테슬라 주식이 지나치게 고평가 되었다며 경고했었다. 하지만 테슬라 주식은 상승을 계속하여 금년 1월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이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2020년 연초 대비 7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힘을 가진 회사를 평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쿠팡의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15%에 불과해 아마존의 45%에 비교하면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국내 인구의 70%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4시간 내에 배송이 가능할 정도로 잘 구축된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단순 전자상거래 시장을 넘어 다양한 사업 분야로 진출할 경우 쿠팡의 매출액이 지금보다 2-3배 이상 증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지금은 높아 보이는 기업가치 대비 매출액 비율이 그다지 높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블룸버그가 매년 초 발표하는 세계 혁신 국가 순위에서 2020년 독일에 1위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번 연달아 1위를 차지할 만큼 혁신의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다. 기업가치 1조가 넘는 비상장기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의 수도 이스라엘, 일본보다 많은 세계 6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을 일으키는 사업가들은 실리콘밸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창업가나 투자가들에게 주어지는 자금 회수 방안 즉 엑시트 방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 규모가 작아 상장을 해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고, 해외에 널리 알려질 기회가 적기 때문에 높은 가격으로 인수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한국의 스타트업도 제대로 키우기만 하면 실리콘밸리 부럽지 않은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것이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만들어낸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