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박새가 물어온 '얇고 길고 붉은' 것은?… 정해윤 '관계'

2022년 작
미대 시절 찬비 맞는 새에 감정 이입한 뒤
실·서랍·파이프·돌… 배경으로 '박새' 작업
인간·자연·사물 사이 세상 모든 관계 고민
  • 등록 2023-02-07 오전 10:40:38

    수정 2023-02-07 오전 10:41:15

정해윤 ‘관계’(2022 사진=갤러리BK)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은 새, 큰 서랍, 가느다란 실.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눈을 감아도 자동연상될 만큼 선명해졌단 얘기다. 그림뿐만 아니라 화가까지 말이다. 작가 정해윤(51)을 두곤 ‘박새 작가’라고 했다. 홀로, 또 무리지어 종종거리는 박새를 늘 관찰하듯 묘사해왔던 터다. 하지만 이건 작가의 사정일 뿐, 보는 이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당장이라도 포르르 날아가버릴 것 같은 박새의 움직임이 단연 시선을 붙들어서다.

‘왜 하필 새였나’ 묻는다면 ‘그때 거기 새가 있었기 때문’이라 작가는 대답할 거다. 미대를 다니던 어느 늦가을, 찬비를 홀딱 맞고 있는 새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건데. 그때 본 덩치 큰 까치 대신 한참 작은 박새를 올린 건 제법 알려진 스토리기도 하다.

한결같이 박새였지만 배경은 변화무쌍했다. 실, 서랍, 파이프, 돌 등등. 그러다가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 서랍 위에 앉은 박새들의 입에 물린 가는 실로 결국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관계’(Relation·2022)라고. 금가루·은가루를 섞은 동양화물감을 장지에 겹겹이 먹여 유화 같은 질감을 내던 기법도 변화를 겪었다. 서양화물감인 아크릴을 써 포인트컬러 같은 색감을 박새에게 입혔다고 할까.

9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2길 갤러리BK서 강애란·김근태·김춘수·우국원·유봉상·이세현·이정웅·홍경택과 여는 9인 기획전 ‘숨겨진 명작 2부’(The Hidden Masterpiece Part Ⅱ)에서 볼 수 있다. 국내외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이들 작가들의 대표작을 걸었다. 장지에 아크릴. 117×91㎝. 갤러리B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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