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원내 진입→당권 도전→대권 재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길과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잠행` 기간이 짧았던 만큼, 그의 `조기 복귀`가 차기 대권 플랜 가동에 있어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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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당대회 출마 기정사실화
이 고문의 출마 결심은 외형상 당의 요청을 수용하는 형태를 갖췄다. 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6·1 지방선거 총괄상임위원장을 맡아 선거판 전체를 진두지휘한다는 방침이다.
초고속 복귀를 결단한 배경에는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사수를 위한 이 고문의 `역할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0여 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대선 후보를 지낸 이 고문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보궐 선거 출마로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도 기정사실화 한 것이란 평가다.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제22대 총선(2024년 4월)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차기 당권을 잡아 원내 세력 확충을 통해 당내 기반을 다지면 자연스럽게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그의 ‘비주류’ 꼬리표도 떼어낼 수 있다.
다만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후보가 불과 두 달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하는 것을 두고 `명분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경기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이 고문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출마하는 것을 두고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적잖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인천시장의 서울시장 출마, 경기지사의 인천 지역구 출마는 억지 명분을 만들어야 설명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 1년 만 지나면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고 이재명 고문 차출 여론이 생길 텐데 많이 조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 고문은 이미 전국구 인사이기 때문에 지역구가 어디냐는 크게 문제 될 게 아니다”(인천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는 반응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측에선 자신을 향한 `수사 방탄용`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선대위 발대식 뒤 취재진과 만나 “(이 고문이)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 반 바퀴를 타서 간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해서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 수사에 대해 방탄을 치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시도는 국민들에게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며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고 쏘아붙였다.
`대권 재수` 성공 사례 보니
이 고문의 행보는 `대권 재수`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과도 비교된다. 문 대통령은 제18대 대선(2012년 12월) 패배 후 오랜 잠행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출마(2014년 12월)로 복귀했다. 사실상 2년이 넘는 공백기를 견뎠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제14대 대선(1992년 12월)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복귀하기까지 2년 7개월이 걸렸다. 김 전 대통령은 제1회 지방선거(1995년 6월) 지원 유세로 기지개를 켰고, 민주당이 선전하자 그해 7월 국민회의 창당으로 정계 복귀했다.
이에 비해 복귀 기간이 짧았던 인사들은 대체로 `대권 재수`에 실패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제17대 대선(2007년 12월) 패배 후 제 18대 총선(2008년 4월)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홍준표 전 의원 역시 제19대 대선(2017년 5월) 패배 후 한 달 간 미국에서 체류하다 6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7월 선출됐다. 그러나 제7회 지방선거(2018년 6월)에서 참패하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