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가시권…李 "민간까지 도입" 으름장

민주당,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 단독 처리 추진
노동이사제 도입 급물살 탔지만…계류된 개정안 아직 설익어
상임 노동이사 근로자 대변 어렵고…주주 권리 침범할 우려도
경영계 “공공기관 방문운영 조장…민간 확대 압박”
  • 등록 2021-12-08 오후 4:32:10

    수정 2021-12-08 오후 4:32:1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노동계의 지지를 의식해 연내 입법 추진을 언급한 뒤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도착,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들도 설익은 내용이 많아 연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졸속 입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급물살 탄 노동이사제 도입…개정안은 아직 설익어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이사회에 노동자대표를 포함해 이들로 하여금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서울특별시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노동이사제를 민간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히며 정부의 국정과제로 삼았다. 특히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합의문을 의결하면서 법 개정을 목전에 뒀지만, 경영계의 반대 등으로 논의가 미뤄졌다.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이사’ 직책의 경우 공공기관의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해 직무에 맞는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근로자 대표의 추천 등을 제외하면 전문성 보장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또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이사회에 포함하면 공공기관 설립 목적이 아닌 노조의 이해관계에 운영 방향이 결정되는 등 중립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동이사제 관련 공공기관 운영의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은 3가지다. 먼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노동이사제 도입안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안이다. 개정안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소속 근로자에 대한 선거로 선출된 결과를 반영한 노동이사를 의무적으로 상임이사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박 의원 안처럼 노동이사가 상임이사가 될 경우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이사는 경영의사결정의 현안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 입장에서 해당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데, 상임이사로 현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근로자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노동이사는 일반적인 상임이사의 업무와는 달리 다른 상임이사들의 업무수행에 대한 감시나 견제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데, 해당 업무를 상임으로 운영할 정도의 직무개발이 제도 도입 단계에서부터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자료=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게다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일부 공기업의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두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이사를 선임할 권리는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에게 있기 때문에 재직 근로자의 투표로 뽑힌 상임 노동이사는 주주의 권리를 침범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주영 민주당 의원 안과 김경협 민주당 의원 안은 노동이사를 비상임이사로 두도록 했다. 다만 김주영 의원 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뿐 아니라 기타 공공기관까지 노동이사를 두도록 했고, 준정부기관의 경우 비상임이사 선임할 때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받도록 하는 절차를 없애도록 했다.

이는 대학병원이나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포함된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 특성상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중요하지만, 노동이사 도입을 강제한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준정부기관 장이 단독으로 노동이사를 선임하도록 한 것은 오히려 경영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아울러 가장 먼저 발의된 김경협 의원의 안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영계 “공공기관 방문운영 조장…민간 확대 압박”

이처럼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이 설익은 상태지만, 여당은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동계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통과시키겠다고 공표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2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결단만 하면 되고 당연히 해야 한다 생각한다”며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해달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경영계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강하게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방문해 “공공분야로, 준공공기관으로 확대하고 나중에는 민간 영역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입장문을 통해 “경제계는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 이사회 기능의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 공공기관의 방만운영과 도덕적 해이 조장, 민간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 입법추진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며 “국회가 노동이사제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법률의 의결을 재차 추진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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