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여아 친모 왜 무죄?…'언제·어떻게·왜' 하나도 못 밝혀내[사사건건]

檢 "병원 신생아실서 범행" 주장했지만 전혀 입증 못해
아이 바뀐 건 맞지만 '누가·언제·왜 바꿨나' 전혀 못 밝혀
대법원 "친모 입증됐지만 그게 바꿔치기 유죄 증거 안돼"
실체적 진실은 미스터리로…뒤바뀐 아이 행방도 못찾아
  • 등록 2023-05-18 오후 5:32:45

    수정 2023-05-18 오후 5:54:0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홀로 집에 방치됐다 숨진 구미 3세 여아와 관련해 친모 석모(50)씨의 아이 바꿔치기 혐의가 18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아이들이 ‘언제·어떻게·왜’ 바꿔치기 됐는지에 대해 검찰이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미에서 사망한 3세 여아 친모 석모씨.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씨에 대해 미성년자약취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재판 결과 검찰과 경찰 수사로 입증된 사실은 2018년 3월 30일 오후 12시 56분 석씨의 둘째 딸 김씨가 병원에서 3.485㎏의 여아 B양을 낳았고, 김씨가 석씨가 낳은 A양을 자신의 딸인줄 알고 키우다가 2020년 8월 10일 집을 나가 같은 달 중순 A양이 탈수와 기사로 사망하게 했다는 것뿐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숨진 A양이 석씨의 친딸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 사실만으로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결국 두 아이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바뀌었는지가 입증이 돼야 했지만 검찰은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경, 친모 구체적 출산 시기도 못 밝혀내

검찰은 아이 바꿔치기가 석씨가 김씨 출산 후 처음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퇴근했던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32분부터 다음날 출근 시간인 4월 1일 오전 8시17분 사이에 병원 신생아실에서 이뤄졌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선 가장 먼저 석씨가 해당 시간 이전에 출산을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석씨의 출산 시점을 ‘2018년 3월경’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간접증거로서 △2018년 1월 27일 퇴사 및 2월 26일 재입사 △3월 6일 조퇴 및 3월 7일 결근 △2018년 7월 분유 구입 △체중증가 등을 제시했지만, 법원은 “출산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더욱이 검찰은 3월경 석씨가 직장을 다니고 있던 상황에서 출산한 아이를 외도 남성이나 신뢰관계에 있는 지인에게 위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와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법원도 “막연한 추론 내지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석씨의 출산 시기 입증을 논외로 하더라도, 바꿔치기가 이뤄졌다고 검찰이 판단한 시간 전후로 병원 신생아실에 있던 아이가 서로 다른 아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병원에서 측정한 아이의 몸무게가 31일 3.460㎏에서 1일 3.235㎏로 줄었고, 1일 오후 5시12분 병원에서 촬영된 아이 사진에서 우측 발목 식별띠가 벗겨져 있던 점을 증거로 제시했다.

석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2021년 4월 2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정문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숨진 여아의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사진=뉴스1)
병원 찍은 사진 89개 중 87개 “동일 여아 확률 높아”

하지만 이 역시도 아이가 태어난 직후 붓기 빠짐과 대소변, 수유 어려움 등의 영향으로 체중이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고려할 때, 몸무게 차이를 이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식별띠의 경우도 빠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아이 바꿔치기’ 정황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또 석씨가 외부인 출입 통제가 강한 신생아실에 몰래 침입했다는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

더욱이 바꿔치기가 이뤄졌다고 검찰이 주장한 시간 전후로 촬영된 아이 사진 89개에 대한 감정에서도 “87개 사진 속 인물이 동일인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감정 결과만을 토대로 아이가 동일인이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우나, 적어도 검찰 주장을 의심하게 한다”고 판단했다.

범행 동기 역시 입증되지 못했다. 검찰은 별도 범행동기를 기재하지 않았다가 대법원이 “범행동기는 간접증거에 의한 공소사실의 증명 여부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하자, 파기환송심에서 뒤늦게 의견을 냈다.

검찰은 “남편에 대해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 석씨는 다른 남성과 외도를 하게 됐는데, 외도남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출산한 여아를 곁에 두고 볼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둘째 딸에 대한 불만도 겹쳐졌다”고 주장했다.

친모 함구하는 한 실체적 진실 못 밝혀내

법원은 “(검찰 주장대로라면) 남편과 이혼하고 외도남과 여아를 양육하거나, 남편과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별도 장소에서 여아를 양육했을 것이다. 불만이 있는 둘째 딸에게 여아를 양육하게 한 행동도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석씨가 외도로 임신을 하고 시기를 놓쳐 임신중절수술을 받지 못했다면 가족들 몰래 출산을 할 동기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둘째 딸이 낳은 손녀를 가족들 몰래 돌보거나 유기해야 하므로 자신의 출산 사실을 감추려는 마음만으로는 범행 동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됐지만 석씨가 바뀐 아이를 언제 신생아실에 데리고 갔는지, A양을 데리고 간 후 양육했다면 어디서·어떻게 양육했는지, 유기했다면 어디서·어떻게 유기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사건은 영구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석씨의 둘째 딸 김씨가 낳은 여아와 김씨가 자신의 딸로 알고 키우다가 숨지게 한 여아가 다른 아이였다’는 것 외에는 사건의 실체가 전혀 밝혀지지 않게 됐다. 결국 누가, 언제, 어떻게, 왜 여아들을 바꿔치기했는지 알 수 없게 됐다.

법원의 판단을 종합할 경우, 결국 둘째 딸 김씨가 2018년 4월 8일 산부인과에서 퇴원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여아가 누구인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사실상 석씨만이 사건의 모든 내막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DNA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석씨가 바뀐 아이의 행적 등 실체적 진실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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