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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의 최종 결과가 두 차례나 연기되는 등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배터리 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간 내수 중심이던 중국 업체 CATL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등에 업고 유럽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유럽 업체들마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K-배터리가 지속적으로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선 소송 리스크를 하루 빨리 지워내야 하는 이유다.
27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달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 ‘모델3’를 유럽 10개국에 수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의 첫 해외 공장으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모델3엔 현지 배터리 업체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사실상 CATL의 배터리가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것으로, 그간 중국 내수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키워가던 CATL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는 셈이다. 최대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CATL이 전기차의 본고장인 유럽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테슬라를 등에 업고 유럽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면 CATL의 점유율도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는 일이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CATL의 공격적인 행보에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그간 한·중·일 ‘삼국지’로 불리던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유럽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배터리 업체 브리티시 볼트는 지난 8월 40억 파운드(한화 6조2000억원)을 들여 현지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키로 했고 독일 업체 바르타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진출을 선언, 정부로부터 3억 유로(약 42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프랑스 업체 베르코어 역시 오는 2022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선 상태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합의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과든 소송전이 빨리 마무리돼야 각 업체들도 배터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며 “합작을 추진 중이거나 해외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소송리스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신속히 소송전이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