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로 폭스바겐과의 협력 선상에 놓여있던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제조사들의 공급선 다변화 전략과 폭스바겐이 탑재할 배터리의 경쟁력을 두고 중장기적인 주가 하락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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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LG화학의 종가는 89만1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7만5000원(7.76%)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은 1만3000원(5.69%) 내린 21만5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 중 폭스바겐 비중은 10~2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이후 납품 예정이었던 상황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전날(15일) 전기차 배터리 전략 방향을 공개하는 ‘파워 데이(Power Day)’를 개최하고 △2030년까지 규격화된 각형 전지 비중 확대 △배터리 공장 내재화를 발표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각형 배터리 비중이 낮은 점, 전기차 배터리 공급과잉과 경쟁 과열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각형 전지로 통합한 이유는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CATL과 회사가 지분을 투자한 노스볼트가 각형 전지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중대형 각형 배터리 제조사는 국내에서는 삼성SDI(006400), 중국 CATL과 BYD, 일본 파나소닉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노스볼트의 각형 배터리 경쟁력이 국내와 비교해 열위에 있다는 평이 있는 가운데서도 변화를 준 것은 배터리 공급 안정성과 공급망 통합을 더 중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배터리 외 고정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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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은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으로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비율과 △규격화된 각형전지가 장기적인 전기차 배터리 표준이 아닐 수 있는 점 △향후 노스볼트의 배터리 경쟁력에 따라 폭스바겐이 전략을 변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의 이번 전략이 다른 자동차 업체들로 확산될 경우 보다 구조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지만, 폭스바겐 수준으로 규모 경제 효과를 내기 힘든 자동차 업체들이 이러한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필요 시 파우치 배터리 제조사들도 향후 각형으로 폼팩터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글로벌 상위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 다변화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어 2위(23.5%), 삼성SDI는 5위(5.8%), SK이노베이션은 6위(5.4%)다.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 공급 업체에는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 연구원은 “최근 노스볼트는 2차 전지 양산을 위해 한국산 2차 전지 장비 구매, 특수소재 확보 중”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수혜주로 유럽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소재 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336370)(동박), 동화일렉(전해액), 솔브레인(357780)(전해액), 롯데알루미늄(AI 전극), SK 아이이테크놀로지(분리막)와 노스볼트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동진쎄미켐(005290)(CNT 도전재), 나노신소재(121600)(CNT 도전재)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