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석홍 ‘테오리아’(Theoria·2023), 패널캔버스에 아크릴·혼합재료, 72×80㎝(사진=리서울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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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숭숭 구멍이 뚫린 돌. 맞다. ‘현무암’이다. 작가 하석홍(61)은 고향 제주 화산섬의 고유한 산물이라 할 현무암을 모티프로 작업한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울퉁불퉁한 질감에다가 ‘총 맞아 뚫린 가슴’ 같은 허전한 감성까지 화면에 옮겨놓는다.
똑같이 그려내는 붓 놀림 그 이상이다. 미생물로 숙성한 폐지펄프에 천연광물가루와 색소·응고제 등을 더해 제작한 ‘현무암처럼 보이는 오브제’를 붙여낸다니까. 이 오브제를 만드는 방법으로 특허까지 받았을 정도라니, ‘돌보다 더 돌 같은’ 형상이 특징이랄까. 60여년을 노동의 도구로, 인생의 성찰로 화산암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지에 올려놨다고 할까.
연작 중 하나인 ‘테오리아’(Theoria·2023)는 ‘관상’ 혹은 ‘관조’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대상을 심도있게 들여다보는 명상적이고 자각적인 바라봄’이란 철학적 의미까지 품고 있다. 타이틀뿐만 아니라 작품으로도 의도했다. 현무암을 박아놓은 듯한 돌그림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미생물과 펄프가 합작한 허상일 테니. 물감으로 가려보려 했지만 본질은 덮을 수 없단 것을 증명해 보이기까지 했다.
31일까지 서울 마포구 양화로 리서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테오리아: 몽돌’(Theoria: Dream Rock)에서 볼 수 있다.
| 하석홍 ‘테오리아’(Theoria·2023), 패널캔버스에 아크릴·혼합재료, 72×80㎝(사진=리서울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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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석홍 ‘테오리아’(Theoria·2023), 패널캔버스에 아크릴·혼합재료, 60×60㎝(사진=리서울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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