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내연남에게 살해된 남편…'니코틴' 사건은 이랬다[그해 오늘]

무기징역 확정…"인면수심 범죄"
  • 등록 2024-08-26 오전 12:01:59

    수정 2024-08-26 오전 12:01:59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6년 8월 26일, 잠든 사이 다량의 니코틴을 투여해 남편을 살해한 송모(47·여) 씨와 내연남 황모(46) 씨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4월 22일 오후 11시 25분께 평소 건강했던 오모(53) 씨가 자택에서 돌연 사망했다. 자택에는 외부의 침입 흔적이 없었고 오씨의 몸에도 외상이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씨의 직장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아 스스로 몸을 잘 챙겼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주말에는 남양주에서 춘천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즐겼다. 그랬던 오씨가 돌연사를 한 것이다.

오씨는 자식도 없었다. 그의 곁에는 불과 2개월 전 법적 부인이 된 송씨가 있었다. 남편의 죽음을 맞닥뜨린 송씨가 맨 처음 한 일은 112신고도 119구조요청도 아닌 상조회사 대표번호로 전화하는 것이었다.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이 숨진 오씨의 시신을 검시한 결과, 안구에는 일혈점이 없었고 사후강직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구강 및 기도부와 목에서도 특이점이 없었다.

이후 시신은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전문의가 부검했다. 그 결과 간과 콩팥 등의 장기에서 울혈이 관찰됐고 심장 관상동맥이 심하게 막혔으며, 피가 검붉고 응고돼 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추정됐다.

의사는 “독극물에 의해 사망한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상태이므로 약·독극물검사를 시행해야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있다”는 소견을 붙였다.

수사기관이 최종 부검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송씨는 오씨의 시신을 인도받은 당일인 4월 25일 남편을 화장했고, 빈소를 마련하지도 장례절차도 없었다.

송씨는 남편의 지인과 직장에도 알리지 않았고, 그는 29일 남편의 사망신고를 마쳤다.

이후 나온 부검결과 비흡연자인 오씨의 몸에서 치사량 수준의 니코틴 1.95㎎/ℓ와 함께 수면제 성분 졸피뎀이 다량 검출됐다. 이에 경찰은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수사결과 송씨는 오씨가 사망하기 두 달 전에 혼인신고를 하고 황씨는 해외에서 니코틴 원액을 구매하고 니코틴 살해방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송씨는 남편 사망 후 1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처분하고 8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중 1억 원은 황씨에게 송금되기도 했다. 황씨는 이 돈을 전부 빚 갚는 데 사용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심 재판부는 “DNA 등 객관적 증거는 없지만, 송씨가 오씨 사망 사실을 알고도 119신고는 않고 상조회사에 연락한 점은 사회 통례에 어긋난다. 황씨는 인터넷으로 살인 기술이나 방법,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며 이들의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송씨가 황씨가 오씨 몰래 혼인신고했다고 판단했다. 남양주시청에 접수된 송씨와 오씨의 신혼신고서 증인란에는 내연남 황씨의 성명이 자필로 기재돼 있었다.

2심 재판부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는 황씨와 함께 남편 오씨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몰래 혼인신고를 마쳤다”며 “이후 졸피뎀이 투여돼 무방비 상태인 오씨에게 니코틴을 투입하는 등 비열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씨는 2009년 결혼정보업체에서 만난 오씨와 6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황씨도 불륜을 지속하고 재산을 가로채려 했다는 점에서 반인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럼에도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계속 부인하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일말의 죄책감을 엿볼 수 없다”며 “배은망덕하고 인면수심한 행태가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송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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