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은 30년 후 RE100 달성을 낙관했다. 글로벌 추세와 국내 기술 발전 속도, 기업들의 적응력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태양열·태양광·바이오·풍력·수력·지열 등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기존의 RE100은 시작일 수 있다며,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들면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RE100’도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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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 RE100은 급진적일 수 있다.
△물론 제조업 기반이 제일 (RE100 달성이) 어렵다. 그러나 아마존이나 애플 등도 데이터센터 증가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도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가야만 한다. 과거 냉장고 프레온가스(CFC)와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들 산업이 망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았지만 결국 기술이 개발됐다. 어렵지만 목표를 정해놓고 가는 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멀게 세워두면 (주체들 간) 합의가 쉽다. 지금 당장으로 목표를 설정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RE100 달성 목표가) 2050년이니 꽤 먼 시기다. 충분히 RE100 달성이 가능하고 우리 인류가 그런 지혜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
-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어 공급처 확보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정책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혹시 그 사이에 기술이 개발돼 풍력이나 태양광 등이 아닌 새로운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정도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재사용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리유저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유럽연합(EU)은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서 원전을 클린에너지 개념으로 분류했다. (원전이라는) 대안을 일찍부터 걷어차고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 RE100을 넘어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에너지원, 즉 ZC100(Zero-Carbon Energy 100%)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도 마찬가지인데, 제작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에너지를 활용해 나오는 것 못지않은 게 사실이다. 이산화탄소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RE100이 먼저 나온 것인데, 작은 시작이다. 10년 후에는 RE100 말고 다른 게 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 우리만의 RE100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자력이든 다른 걸로 갈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
- 국내 최초로 SK그룹 8개 회사가 RE100에 가입했는데, 당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SK에는 석유회사가 있다. (RE100 가입은)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SK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먼저 가자고 결정한 것이다. 목표를 세우면 처음에는 힘들고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달에도 가는데 왜 이건 못하느냐는 생각이었다. 이후 그린에너지 쪽을 지향하면서 배터리와 수소경제로 바뀌고 있다. 빨리 바꾸지 않으면 엑손 모빌과 같은 과거 세계 톱10 기업도 밀려난다.
- 석유화학 산업은 결국 사장화 될 것이라고 보는가.
- 또 다른 SK의 주력사업이 반도체인데,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쌀이다. 당연히 생산량이 늘어나고 전기도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설비 증설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늘었다. 주목할 점은 매출액 대비 단위당 배출량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닉스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591만t, 2019년 684만t, 2020년 755만t이지만, 매출액 1억원 당 배출량은 2019년 25.3t, 2020년 23.7t으로 줄고 있다. 올해에는 2016년 1억원 당 배출량 29.7t 대비 40% 감축한 17.8t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관련 기술 개발도 병행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통신업종의 경우에도 5G 도입 이후 전력소비가 늘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고 있다.
△통신업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의 99% 이상이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간접배출이다. 현재 고효율 장비를 도입하고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추진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초절전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등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통신 쪽에서도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45년, SK텔레콤은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제19대 총장에 올랐다. 일본 히토츠바시대, 츠쿠바대, 호주 그리피스대, 중국 인민대, 북경대, 영국 브라이튼대 등에서 객원연구원 및 외국인 교수로 일했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장, 공공기관경영평가단장, 우정사업운영위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 감사원 혁신발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정책에 관여했다. 현재 고려대 명예교수이자 SK㈜ 이사회 의장과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태재디지털대 설립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