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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김 대변인은 “EU 대사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가 되도 대화 채널이 있었기에 교류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변인의 말 대로라면 페르난데즈 대사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한 것이죠. 그런데 외교부는 그날 오후 “김 대변인이 백브리핑한 내용 중 오해가 있었다”며 전했습니다. 페르난데즈 대사가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건데요. EU 대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내 말이 언론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 유감”이라며 “잘 아시겠지만 그런 의미나 의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해당 논란에 대해 처음엔 “따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긋다가 이튿날 오후 짧은 입장문을 냈습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비공개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대사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을 했다. 이 대화 중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의 ‘[민주당 당대표-EU대사] 관련 입장문’이란 제목의 공지는 홈페이지에만 올라왔을 뿐 문자 공지는 없었습니다. 굳이 민주당 홈페이지를 찾아보지 않았다면 이를 확인할 수도 없었던 것이죠. 더욱이 김의겸 의원실에서 민주당 공보국에 문자를 보내지 말라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의도된 축소였던 것입니다.
정당의 대변인은 말 그대로 당의 공식적인 의견을 전달해주는 창구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취재진 사이에서는 대변인의 말을 믿어도 되는가 하는 우려까지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우려는 현실이 되고, 민주당의 신뢰 역시 떨어질 텐데요.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말을 민주당 스스로 되새겨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