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회태 ‘내가 찾은 꽃길 4’(2022), 한지·혼합재료, 130×162.5㎝(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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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유연하고 부드럽게 이어진 능선. 가늘고 나지막한 길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올록볼록한 쿠션감이 먼저 잡힌다. 단순하고 담백한, 무장해제를 부르는 ‘먼 풍경’.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멀리서 봤을 때의 얘기다. 서서히 다가갈수록 예상치 못한, 당혹스러운 ‘장면’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저 정겨운 꽃이고 풀이라 여겼던 ‘올록볼록’의 실체가 말이다. 작게 돌돌 말려 수없이 꽂힌 한지였던 거다. 그것도 먹글씨가 빼곡하게 박힌.
작가 허회태(66)는 ‘글로 조각을 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고 다져왔다. 한지에 직접 붓글씨로 메시지가 든 글을 쓴 뒤 이를 입체로 다시 구성하는 식인데.
사실 시작은 한국화가였단다. 그럼에도 작가의 이름에는 ‘서예’가 따라다닌다.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에서 덜컥 대상을 받으면서다. 한국화와 서예야 불가분의 관계지만, 그럼에도 그 연결은 작가에게 버거운 과제 같기도 했나 보다. 감성회화를 뜻하는 ‘이모그래피’, 감성조각을 의미한 ‘이모스컬프처’는 그렇게 고안하게 됐다. 그 잘 쓰는 글씨로 개척한 새로운 길이랄까. 연작 중 한 점인 ‘내가 찾은 꽃길 4’(2022)에는 글조각 3만여개가 박혔단다. 꽃길이라더니 가시밭길이었던 거다.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갤러리이즈서 여는 개인전 ‘내가 찾은 꽃길’(The Flower Path I Found)에서 볼 수 있다. 27번째 개인전에 2년여간 작업한 30여점을 내놨다.
| 허회태 ‘내가 찾은 꽃길 2’(2021), 한지·혼합재료, 91.5×117㎝(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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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회태 ‘내가 찾은 꽃길 5’(2023), 한지·혼합재료, 97×130㎝(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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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회태 ‘내가 찾은 꽃길 10’(2023), 한지·혼합재료, 86×100㎝(사진=레이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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