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적 법적 근거 없는데…'尹 체포' 저지에 軍 동원 논란[김관용의 軍界一學]

대통령경호법 등에 국방부와 경호처 '협조'만 규정
과거 차지철, 부대령으로 수경사 직접 통제하기도
김용현, 군·경 지휘 규정 추진했다 반발로 포기
尹 2차 영장집행 앞두고 병력 동원 문제 도마위
  • 등록 2025-01-11 오전 8:07:11

    수정 2025-01-11 오전 8:10: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군 병력이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 관저 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55경비단에 더해 대통령 경호부대인 수방사 제33군사경찰경호대가 지난 3일 영장 집행 저지 작전에 투입된 것입니다.

이번 병력 동원에는 직업군인 외에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한 병사들도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일반병 동원을 놓고 일각 에서는 ‘체포영장 집행 저지가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 거부권 없는 의무병을 동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곧 2차 영장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호처장의 軍 병력 지휘, 명시적 규정없어

연일 수방사 소속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 이들 부대에 대한 대통령경호처의 지휘·감독 근거는 미비한게 사실입니다. 법률이나 시행령 어디에도 경호처장의 군 병력 지휘·감독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군에 협조를 요청하고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는 규정만 존재합니다.

대통령경호법 제15조에는 ‘(경호)처장은 직무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의 장에게 그 공무원 또는 직원의 파견이나 그 밖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제3조의3 3항은 ‘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법 제15조에 따라 경호구역에서의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시설·장비 등에 관한 사항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2차 집행 시도에 앞서 전략을 고심 중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도로에 승용차량이 진입로를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방위사령부령에서도 경호처와의 협의 규정만 있습니다. 수방사령관은 ‘특정경비구역’, 즉 국가원수가 위치하는 지역으로서 경호를 위해 필요한 상당한 범위안에서의 작전 활동을 할 때에는 경호처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해당 부대들이 경호처에 ‘배속’돼 작전통제를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은 경호처의 군 병력 지휘·감독 관련 법적 근거를 대지 못합니다. 법령상 수방사의 핵심임무가 특정경비구역 경비이기 때문에 예하 부대 일부에 ‘단편 명령’ 등의 형태로 경호처와 협의해 배속 명령을 내렸고, 경호처의 작전통제를 받게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정도입니다.

김용현, ‘군·경 직접지휘’ 규정 개정 포기

이같은 법적 근거 미비를 극복하기 위해 김용현 처장 시절 경호처는 경호 작전 과정에서 경호처장이 군과 경찰을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명문화를 추진했습니다. 경호처장의 군 지휘·감독권을 명문화 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경호법이 1963년 제정된 이래 경호처장이 군·경을 직접 통솔하도록 권한을 준 적이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도 1978년 12월 수도경비사령부설치령을 개정해 제4조4항에 ‘사령관은 특정경비구역과 관련된 작전활동에 대하여는 대통령경호실장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을 추가했을 정도입니다. 경찰 병력 관련 지휘 규정은 없었습니다.

김용현 경호처의 시행령 개정을 통한 권한 강화에 대해 국회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경호처장은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해 경호구역에서의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시설·장비 등에 관한 사항을 조정할 수 있다’는 수준의 문구만 추가됐습니다.

이에 따라 현행 법령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는 경호처와 배속 관계를 맺고 경호 및 경비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경호처가 이들에 대한 작전통제를 하더라도 그 업무 범위와 한계는 군 당국, 즉 국방부·합참·육군본부·수방사와 협의한 내용에 한정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영장 2차 집행 시도에 앞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軍, 더이상 정치적 상황 이용되지 않아야

55경비단의 임무는 대통령 관저 외곽 경비입니다. 청와대 시절 관저 경비는 경찰인 101경비단이 맡았었지만, 대통령실을 서울 용산으로 옮기면서 한남동으로 대통령 관저도 이전해 관저 외곽 경비 임무를 55경비단이 맡게 됐습니다. 33군사경찰경호대는 주요인사의 직접 경호가 주임무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은 군 병력의 체포영장 저지는 ‘본연의 임무’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체포영장 집행 방해라는 불법 지적도 있어 원칙상 국방부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경호처와 국방부 간 사전 협의는 없었습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진 지난 3일 경호처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데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4일에도 경호처에 재차 입장을 전하면서, 해당 부대장에게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은 김선호 대행을 향해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경호처장의 인력 증원 요청을 거부했다며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해당 규정은 강제가 아닌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수준입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외에도 전방위적으로 고소·고발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우리 군과 장병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있도록 지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최상위 조직입니다. 취약한 법적 지위에 있는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경호처에 배속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임무에 투입된 우리 장병들을 두고 ‘인질’, ‘인간띠’, ‘인간스크럼’ 등 반인권적 표현까지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국방부는 경호처와 협조가 되지 않으면 이들 부대의 배속을 해제해 ‘원복’ 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더이상 우리 군인들이 정치적 상황에 이용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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