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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유독 ‘홍콩 크리스티’에 강했다. 해외 미술품 경매에서 한국작가가 낸 성적 중 최고가 기록을 두 차례나 차지했더랬다. 그것도 ‘연필 1’(Pencil 1)이란 한 작품으로 말이다. 2007년 5월 648만홍콩달러(당시 약 7억 8000만원)에 낙찰된 그 작품은 2013년 5월 다시 나와 663만홍콩달러(당시 약 9억 6000만원)에 팔려나갔더랬다. 대형화면(259×581㎝)에 원색의 펜과 연필을 날카롭고 빽빽하게 채운, 그만큼 기하학적 쾌감이 사정없이 꽂힌 작품이었다.
‘서재-예언자’(Library-A Prophet·2022)는 그 이후로 몇 단계 진화한 형태라고 할까. “현대인이 잃어버린 공간·영감 등 인간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들의 원천”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서재’ 연작에서 나아가 그 ‘인간의 기본’인 문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경고했다고 하니. 눈을 가린 소녀는 그 경고를 전하는 예언자, 졸고 있는 소년은 그 경고를 듣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