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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은 새, 큰 서랍, 가느다란 실.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눈을 감아도 자동연상될 만큼 선명해졌단 얘기다. 그림뿐만 아니라 화가까지 말이다. 작가 정해윤(51)을 두곤 ‘박새 작가’라고 했다. 홀로, 또 무리지어 종종거리는 박새를 늘 관찰하듯 묘사해왔던 터다. 하지만 이건 작가의 사정일 뿐, 보는 이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당장이라도 포르르 날아가버릴 것 같은 박새의 움직임이 단연 시선을 붙들어서다.
한결같이 박새였지만 배경은 변화무쌍했다. 실, 서랍, 파이프, 돌 등등. 그러다가 열리기도 닫히기도 한 서랍 위에 앉은 박새들의 입에 물린 가는 실로 결국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관계’(Relation·2022)라고. 금가루·은가루를 섞은 동양화물감을 장지에 겹겹이 먹여 유화 같은 질감을 내던 기법도 변화를 겪었다. 서양화물감인 아크릴을 써 포인트컬러 같은 색감을 박새에게 입혔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