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없고 갤러리 줄어도…키아프·프리즈 '우아한 혈전' 개막

'2024 키아프·프리즈서울' 오늘 동시에
국내외 318개 갤러리 미술품 전시·판매
키아프, 해외 참여 늘리고 공간 넓혀
모던 명작 집결한 '마스터피스' 첫선
프리즈, 거물급 갤러리들 앞세웠으나
전체 63% 아시아갤러리…한국 31개
  • 등록 2024-09-04 오전 9:23:44

    수정 2024-09-04 오전 9:23:44

지난해 ‘프리즈서울’ 전경. 하우저앤워스 부스에 걸린 조지 콘도의 회화작품 ‘여자와 남자’(Women and Men·2017) 앞에는 관람객이 끊이질 않았다. 4일 ‘키아프서울’과 동시에 개막하는 ‘프리즈서울’은 이태전 첫 공동개최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대한민국 최대 미술판을 펼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우아한 혈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소문난 미술잔치’가 곧 개막한다. 큰 손님맞이를 앞둔 현장은 마지막 꽃단장, 아니 그림단장으로 한껏 예열 중이다. 세계 정상급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와 국내서 가장 큰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4’ ‘프리즈 서울 2024’가 그거다.

대한민국에 최대 미술판을 몰고 온, 일명 ‘키아프리즈’로 불리는 미술장터는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관을 사이좋게 나눠 함께 개막한다. 2022년 두 아트페어가 처음 공동개최한 데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키아프서울’은 8일까지 닷새간, ‘프리즈서울’은 7일까지 나흘간 그림장사를 이어간다.

횟수로 이미 3회째이나 열기도 식지 않고 기대도 꺾이지 않았다. ‘키아프서울’과 ‘프리즈서울’이 동원하는 국내외 갤러리는 318개. ‘키아프서울’은 22개국에서 206개(해외 74개) 갤러리가, ‘프리즈서울’은 32개국에서 112개(국내 31개) 갤러리가 출사표를 냈다. 다만 갤러리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330여개가, 2022년에는 350여개가 참여했더랬다. 개수보단 내실을 택하겠다는 공동의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키아프서울·프리즈서울 기자간담회’에서 패트릭 리(오른쪽) 프리즈 디렉터가 현장에서 나온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으로 황달성(한국화랑협회장) 키아프 운영위원장이 나란히 앉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이렇듯 ‘공동’을 품는 친화력은 도드라지지만 각각의 속사정은 좀 다르다. 저마다 장착한 ‘실탄’으로 한바탕 전쟁이 불가피하니 말이다. 엄연히 주인이 다른 ‘한 지붕 두 가게’ 형식도 달라지지 않았고, 비장의 무기로 얼마나 많은 컬렉터를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방식도 비슷하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혈전’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거다.

일단 공간 선점에선 ‘키아프서울’이 유리하다. 기존의 코엑스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 외에 2층 더 플라츠 공간까지 사용한다. ‘프리즈서울’은 나머지 3층 C·D홀을 쓴다. 하지만 이 구분이 강점·약점이 되지 못하는 건 지난 두 해에 걸쳐 봤던 터다. 개막 이후 일정 시간 동안 온도차가 확연했는데. ‘프리즈서울’은 발 디딜 틈 없이 복닥거렸고 ‘키아프서울’은 마치 그림이 걸린 산책로인 양 한산했던 거다.

지난해 ‘프리즈서울’ 전경. 한 관람객이 샤갈의 ‘마을 위 붉은 당나귀’(1978) 앞에 오래 머물렀다.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 중 로빌란트보에나 부스에 건 샤갈의 이 작품은 200만유로(약 28억 5000만원)를 달고 나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올해 역시 공동개최의 의미를 다지는 ‘티켓 단일화’는 동일하게 가져간다. 첫날 VIP 프리뷰를 포함해 두 아트페어를 행사기간 내내 다 둘러볼 수 있는 관람권이 25만원(4일 오전 11시부터), 하루만 볼 수 있는 관람권은 4만∼8만원(5일 오후 3시부터)이다.

‘프리즈 벤치마킹’ 카드 꺼낸 키아프 성공할까

‘확장’을 키워드로 삼겠다고 했다. 굳이 경계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키아프가 만든 구체적인 지침은 “참가국과 공간, 장르를 확장하는” 형태로 정리했다. 한마디로 해외 참여를 늘리고 관람 공간을 넓히고 미디어·디지털·퍼포먼스 등으로 영역을 깨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키아프서울’ 전경. 한 관람객이 화이트스톤 부수 앞을 지나며 세바스찬 쇼메톤의 ‘뭐가 포인트인가?’(What’s the Point?·2023)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그럼에도 국내외 대표 갤러리가 국내외 대표 작가들을 이끌고 총출동하는 장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갤러리현대는 김기린·김민정·김창열·이강소·유근택 등 추상·실험미술 군단을, 국제갤러리는 김윤신, 리안갤러리는 김택상 등의 ‘연륜’을 택했다. 대신 학고재는 지근욱·박광수, 조현화랑은 안지산 등 젊은 화단에 주목한다. 일본의 스탠딩 파인 갤러리는 압둘라예 코나테의 섬유작품을, 스페인의 알바란 부르다 갤러리는 덴마크 작가그룹 슈퍼플렉스 작품을 내놓는다. 독일 태생으로 서울에도 진출한 페레스프로젝트는 최근 유럽에 나선 이근민을 앞세워 슈앙 리, 오스틴 리, 에밀리 루트비히 샤퍼 등의 회화를 내놓는다.

김윤신의 ‘진동 2019-1’(2019).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개막하는 ‘2024 키아프서울’에서 국제갤러리가 내건 작품들 중 한 점이다(사진=국제갤러리).
프로그램으로 구분하자면 165개 국내외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즈’, 운영기간 10년 미만의 27개 갤러리가 나서는 ‘플러스’, 14개의 갤러리가 한 작가의 작업세계에 집중하는 ‘솔로’ 세션 등이다. 여기에 올해부턴 “정통성을 자랑하는 국내외 모던명작을 집결”하는 ‘마스터피스’ 전이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끈다. 프리즈의 인기 세션인 ‘프리즈 마스터즈’를 벤치마킹한 형태로 그랜드볼룸에 세웠다.

이재현의 ‘방에 있는 사람들’(2024).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개막하는 ‘2024 키아프서울’에서 갤러리조은이 내건 작품들 중 한 점이다. 올해 그랜드볼룸에서 첫선을 보이는 ‘마스터피스’ 전에 나선다(사진=갤러리조은).
황달성 키아프 운영위원장은 “아시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싱가포르, 타이베이, 일본, 홍콩 등 중에서 규모를 키운 건 키아프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지난해보다 행사장은 넓히고 늘어난 해외신청에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심사로 참가 갤러리 수를 되레 줄였다”는 얘기다. ·

‘아시아시장 확장’…입성 목표에 방점 찍는 프리즈

지난해보다 10여개의 갤러리를 줄인 프리즈의 올해 전략은, 원체 ‘아시아’로 방향을 잡았던 목표에 성큼 다가선 듯하다. 여느 해보다 아시아 기반 갤러리를 대거 입성시켰다. “110여개 갤러리 중 63%가 아시아 갤러리로 그중 31개는 한국 갤러리”라고 프리즈서울을 총괄하는 패트릭 리 디렉터가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중 23개가 처음 참여한 갤러리”라며 “프리즈서울의 저변이 확대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지 콘도의 ‘자화상’(2024). 스푸르스 마거스 갤러리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개막하는 ‘2024 프리즈서울’에서 개막하는 메인세션에 건다(사진=프리즈).
지난 두 해 동안 프리즈서울은 ‘초호화 갤러리군단이 들고 온 초호화 작품’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국내 아트페어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유명작가를 안고 줄줄이 ‘프리즈’의 깃발 아래 모였다는 의의가 가장 컸던 거다. 하지만 올해 ‘아시아’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작’의 비중은 떨어지게 됐다. 흔히 말하는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수백억원대의 간판명작도 쉬어가는 눈치다.

그럼에도 해외 대형 갤러러들의 러시는 이어진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스푸르스 마거스, 화이트큐브, 글래드스톤, 타데우스 로팍, 리만머핀, 리슨, 페이스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이름을 올렸다. 가고시안은 데릭 애덤스의 회화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조각을,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과 니콜라스 파티의 회화를, 화이트큐브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를, 스푸르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회화 등을 각각 첫손에 들었다. 지난 두 해 동안 관람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은 작가들이 거의 다시 찾은 셈이다.

데릭 애덤스의 ‘뭐든지(Whatever·2024). 가고시안개러리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개막하는 ‘2024 프리즈서울’에서 개막하는 메인세션에 건다(사진=프리즈).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 말 그대로 ‘걸작’으로 꾸려 발길·눈길을 사로잡았던 ‘프리즈 마스터즈’ 세션도 올해는 변화를 맞는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아시아 갤러리”가 대거 자리를 잡은 건데. 덕분에 한국 갤러리도 늘어났다. 우손은 이영미의 개인전으로, 학고재는 변월룡·정창섭·김환기·백남준 등 근·현대미술 대표작가 7인전으로, 가나아트는 장욱진·최종태·오수환 3인 거장전으로 구성했다. 또 도쿄갤러리+BTAP는 박서보를, 갤러리미테랑은 니키 드 생팔을 대표작으로 걸고 세운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셔츠는 노란색이 아니다’(Das Hemd ist nicht gelb·2012). 화이트큐브갤러리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서 개막하는 ‘2024 프리즈서울’ 메인세션에 건다(사진=프리즈).
‘결별 없다’…5년 끝나도 5년 지속 신호

‘5년 동안 함께할 것’을 약속하고 시작한 ‘키아프리즈’의 한가운데 놓인 3년차는 의미가 적잖다. 첫해가 ‘시행착오’라면, 두 번째 해는 ‘수정·보완’이고, 세 번째 해에서야 비로소 ‘완벽추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다시 협업 5년을 기약할 수 있는가를 가름할 변별력도 생긴다.

당장 코앞에 시장에 미칠 영향을 의식했던 건지 황 위원장과 리 디렉터는 일찌감치 두 페어의 연합관계에서 ‘결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혼을 준비하면서 결혼생활을 할 순 없지 않은가”라는 황 회장의 유머 섞인 전망에 “공동 개최는 양측에 모두 이익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리 디렉터의 생각이 얹혔다.

지난해 ‘프리즈서울’ 전경. 데이비드 즈워너 부스에 걸린 캐서린 번하드의 회화 ‘박테리움 런’(Bacterium Run·2023) 앞에 관람객들이 오래 머물렀다. 작품은 개막 첫날 220만달러(약 30억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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