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매크로 레버리지 비율은 경제성장 국면에서 국내총생산(GDP) 상승과 기업 투자 등의 긍정적인 이유로도 증가하지만 차입 투자 등에 의한 자산 가격 상승 등을 동반하며 부정적 측면이 강해질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매크로 레버리지의 특징은 주요국 대비 가파른 민간 부채의 상승과 취약차주 중심으로 빚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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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 105%, 주요국 5위
13일 한국은행 조사국 박창현 차장·남석모 과장·진형태 조사역이 발표한 ‘매크로 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민간·정부 레버리지비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주요국과는 달리 민간이 레버리징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취약부문(저소득층·청년층 등)의 부채가 비교적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위기 이전(2017년~2019년 평균) 대비 지난해 이후 올 1분기까지를 기준으로 레버리지 상승폭을 글로벌(국제결제은행 기준 43개국), 선진국(미국 등 10개국), 우리나라로 나눠 비교해봤을 때 이같은 특징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해당 기간중 민간, 특히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 상승폭이 10%포인트로 글로벌 평균(6%포인트), 선진국(3%포인트) 대비 두드러졌다. 기업 부문도 13%포인트 레버리지가 증가해 글로벌(10%포인트), 선진국(8%포인트) 평균치를 웃돌았다. 반면, 정부의 레버리지 상승폭(7%포인트)은 글로벌(13%포인트), 선진국(20%포인트) 대비 높지 않았다.
소득수준(일인당 GDP, 실질 기준)을 고려한 매크로레버리지 추이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계 레버리지 증가가 가팔랐다. 우리나라의 가계 레버리지 비율은 일인당 GDP 2~3만달러 구간에서부터 G7국가(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의 비율을 넘어섰다. 1분기 우리나라 가계의 레버리지 비율은 104.9%로 주요국(평균 63.2%)중 5번째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2030세대에선 10명 중 9명이 ‘임계수준’을 넘어섰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임계수준을 넘어서 있는 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각각 9.0%, 6.0%로 가장 높았고, 소득수준별로는 저소득층이 각각 14.3%, 5.7%로 가장 높았다. 어리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니고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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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부문에서도 중소기업과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빚이 늘면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전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전년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특히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1.9%포인트)과 코로나 충격의 영향이 컸던 숙박·음식 업종(6.8%포인트)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한은 조사국은 이처럼 모든 경제주체들의 빚이 동시에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향후 경기 충격이 왔을 때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세계 42개국의 장기 패널자료를 이용해 매크로레버리지의 거시경제적 영향을 분석해 본 결과, 비교적 작은 경기 충격에 의해서도 자산가격 급락 등 금융불안이 커지고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경우 경기 충격이 더욱 크고 회복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42개 주요국의 가계부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디레버리징 기간 중 23%가 주택가격 하락을 동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등의 급락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경기 충격 이후 회복되기까지의 시간도 훨씬 길어진다. 민간·정부 레버리지 비율이 장기평균 수준일 때를 기준점인 ‘1’로 가정하고 해당 비율이 모두 높은 시나리오를 비교해봤을 때 경기 하강 국면 진입 후 회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각각 2년, 5년으로 최대 3년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창현 차장은 “민간·정부 레버리지가 모두 증가하고 취약계층의 부채 익스포저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통화·재정정책이 경기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향후 정책 정상화도 제약될 수 있다”면서 “부채가 성장과 균형된 수준에서 변화하도록 유도하면서 그간 누적된 레버리지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