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던 외국계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는가 하면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가 반도체 가격 폭락현상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는 회복되는 분위기다.
|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0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보다 300원(0.40%) 오른 7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승이 유지될 시 9거래일 만의 상승 전환이다. 같은 시각 코스피 지수는 27.83포인트(0.89%) 오르며 3170.92를 기록 중이다.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하루 보합을 포함해 내리막길만 걸었던 삼성전자가 드디어 반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하락출발해 장중 한때 7만3100원까지 미끄러졌다. 그러나 오전 11시반을 넘기면서 플러스권으로 올라섰다.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를 팔아치우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사들이면서 주가는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CLSA에 이어 모간스탠리까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면서 국내 양대 반도체주 급락이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외국계 증권사에서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CLSA는 17일자 보고서를 통해 지난 9일 제시한 투자의견 ‘언더퍼폼’을 ‘아웃퍼폼’으로 약 일주일 만에 상향조정했다. 물론 목표주가를 8만6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2.3% 추가 하향조정했지만 긍정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종 우려에도 2017~2018년 ‘슈퍼 사이클’ 이후 나타났던 가격 폭락이 재연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18일(현지시간) “메모리 시장은 올해 초 단가 상승세가 시작되며 막 ‘다운 사이클’에서 벗어났고 메모리 수요 증가도 유효해 어느 정도 단가 조정에도 과거 거품 붕괴 시나리오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재고는 과잉 축적 수준은 아니고 관련 리스크는 PC 등에 한정돼 한국 비메모리 섹터는 공급 부족에 따라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9월부터 부정적인 기저효과에도 한국 수출은 반도체 중심으로 강한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 내년 2.9%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는 반도체 사이클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급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지만 상승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반도체 고점과 별개로 외국인 순매도 속도가 과거 업황 하락기와 비교해 빠르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2017년 4분기 반도체 업황 고점 전망이 제기됐을 때 관련 기업 주가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따른 사이클 둔화,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자산 축소 스케줄 관련 잡음에 하락세를 지속했다.
흥국증권은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7000원으로 유지했다. PC 응용처의 재고 부담과 세트 비성수기로 내년 1분기 D램 판가가 예상되지만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PBR은 지난해 4분기와 올 초 반도체 빅사이클 기대감에 1.6배~2.1배까지 높아진 후 다시 하락하고 있다.
서승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미국 증설 지연과 인텔 파운드리 시장 진입과 최근 메모리에 대한 우려까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인텔 미세공정 수율 안정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선단공정 내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삼성전자 미국 증설이 본격화되면 파운드리 기대감이 재개될 전망”이라며 “현 주가에는 올 4분기, 내년 1분기 우려가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아울러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D램 가격에 반도체 조정 사이클이 오더라도 그 강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고, 단기적으로 외인 매도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판단이다.
이승유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는 코로나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공급사슬(GVC) 재편과정에 따른 재고의 이동이 관건이다. 결국 재고조정이 온다고 해도 과거 평균적인 사이클에 비해 빠르게 마무리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코스피 지수 대비 상대주가는 상승폭에 비해 충분한 조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