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민주당 무더기 이탈표…내부 분열 시작되나

체포안 표결 결과, 민주당 진영서 37표 이탈
친명계 "충격적, 이탈표 이렇게 많을 줄은"
與 "이재명 정치적 사망선고, 대표직 사퇴하길"
다음 체포안은 부결 담보 못해…이재명의 과제
  • 등록 2023-02-27 오후 6:52:31

    수정 2023-02-28 오전 9:36:49

[이데일리 박기주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압도적 부결’을 호언 장담했던 체포동의안의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상당한 이탈표가 나오며 예상과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리더십은 취임 7개월 만에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에 대해 여당에선 ‘이재명의 정치적 사망선고’라고 평가했고, 이 대표 측근 그룹에서는 “굉장히 큰 충격”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검찰 측은 이 대표의 구속 사유가 충분한데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쌍방울 유착’ 등 다른 혐의로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리스크에 대한 민주당 내 ‘캐스팅 보터’가 확인된 만큼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느냐가 이 대표의 과제가 됐다.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 결과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대규모 이탈표에…친명계 격앙 “이들과 같이 갈 수 있겠나”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됐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이 표결은 1시간 가까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가부’(可否)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표가 2장이 나오면서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 끝에 발표된 표결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출석 인원 297명 가운데 찬성 139명·반대 138명으로 부결됐지만, 무효와 기권 표가 각각 11표, 9표가 나왔다. 당초 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반대 표는 175표(불참한 김홍걸 무소속 의원 제외), 최소 170표는 나올 것이란 예측을 한참 벗어난 것이다.

실제 반대 표가 138표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에서 무려 37표가 이탈한 것이다. 만약 무효 및 기권표(29표) 중 10표가 찬성 의견을 던졌다면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가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며 설득했지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부정적이었던 의원들이 30여명 정도로 추산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모두 찬성 또는 기권·무효표를 던진 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방탄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지만, 과반수를 넘겨야 처리되는 것 때문에 부결됐지만 사실상 체포동의안 처리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오늘 표결 결과는 민주당에 아직도 공당으로서 의무감과 양심이 일부는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깨끗이 사퇴하고, 사법절차를 통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부결됐지만…`이재명 책임론` 불거질 듯

예상치 못한 결과에 민주당 내에선 이미 분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은 격앙된 심기를 내비쳤다. 친명계 측근 중 한 의원은 “크게 실망했다. 일부에서 조직적으로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당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몰랐다”며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들과 같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이탈한 의원들을) 몽둥이로 때려버리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비명계 의원들도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다소 당혹스런 모습이다. 복수의 비명계 의원들은 “이 같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끼며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계속 방탄할 수 없다는 표시 아니겠느냐”고 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대표적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SNS등을 통해 공유하며 “다음 총선 퇴출 대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특히 본청 앞에 모여있던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퇴청하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해 투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 노진환 기자)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의의 전당인 의회의 독립성을 지켜내고 민주주의를 수호해냈다”며 “민주당은 법치를 가장한 윤석열 정권의 사법사냥과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 이겨내겠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대표에게 남은 과제는 만만치 않다.

이날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된 혐의 외 다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비명계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후 이 대표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는 것도 고려하면 ‘이재명 책임론’은 계속해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민주당 원로들도 이 대표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 바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은 지난 22일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뭉쳐 이를 부결시키되, 다음번에는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당 대표로서 솔선수범하는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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