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U 모두 탈중국 공급망 구축…重희토류 확보 나서야”

[만났습니다]①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
美, 중국 배제한 핵심 전략자원 확보방안 세워
IRA 계기 희소금속 확보안 짜야..重희토류 시급
  • 등록 2022-10-06 오후 4:00:00

    수정 2022-10-06 오후 9:41:38

[이데일리 김상윤 김응열 기자] 미국 정부가 최근 발효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 미국이 요구한 조건에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핵심 광물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와 기업은 미래 테크 전쟁에 참전조차 하지 못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EU도 마찬가지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연례 국정 연설에서 ‘유럽 주요 원자재법(European Critical Raw Material Act, RMA)’을 제정해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재빨라지면서 전략자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호주에서 국제학을 전공했고, 오랜기간 희토류 등 전략자원 확보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을 만나 전 세계적으로 ‘무기화’되고 있는 전략자원 확보 방안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은 모든 기업이 쉽지 않다”면서 “이번 계기로 중(重)희토류 등 전략자원 확보 방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 인터뷰
-미국 IRA 법안 통과로 전략자원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IRA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에 보조금 지원을 늘리면서도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조건을 달았다. 미국 현지 생산과 수급 요건을 강화다. 내년부터 배터리 광물은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2023년 40%→2027년 80%)만큼 조달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2023년 50%→2029년 100%)도 북미산을 써야 한다. 다분히 탈(脫) 중국을 위한 조치다. 문제는 호주, 캐나다, 칠레, 멕시코 등 외엔 광물을 가져올 곳이 없다는 점이다. 니켈, 리튬, 코발트 등 전략자원 확보를 하지 못한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상당히 어려운 목표다. 우리 배터리기업들이 사실 보조금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광물을 확보하면 가능하지 않나

△단기간 내 충족하기 쉽지 않다. 니켈을 제외한 핵심 배터리 소재 대부분을 중국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발트, 리튬, 기타 희토류의 가공·정제하는 과정에서 노동, 환경 문제가 많이 불거진다. 그간 중국이 싼값에 주요 광물을 가공·정제해주면 선진국들이 큰 비용을 내지 않고 이를 살 수 있었다. 희토류 원광으로부터 화합물을 제조하고 유독한 산성용액을 사용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 분리·정제 과정을 거치다 보면 환경오염이 필연적이다. 선진국은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지불한다. 중국을 배제한 광물 공급망을 만들면 전략자원 확보 비용이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른 국가 기업들 모두 중국을 대체가 쉽지 않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일부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에도 부담이 크다. 법 통과 과정에서도 반대가 많았으니 중간선거 이후 일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를 꺼내며 미국을 압박하긴 하나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 WTO는 트럼프 대통령 당시부터 미국의 상소위원 선임 보이콧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보다 중요한 것은 희귀금속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이번 기회를 삼아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희토류 부족 상황은 심각하다. 다른 금속과 달리 중희토류는 중국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 거의 전무다. 중희토류는 영구자석을 만드는 핵심 광물로,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기 등 미래 주요 기술에 대부분 들어간다.

-호주 등에서 일부 중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호주에서 나오는 희토류는 경(輕)희토류다. 희토류는 크게 경희토류, 중희토류로 나뉘는데 가장 필요로 하는 자원이 중희토류다. 전기차는 모터 열로 170도까지 올라가는데 모터에 들어간 자석은 고온에서 자성을 잃기 쉽다. 이를 막는 게 디스프로슘(Dy)이나 테르븀(Tb) 같은 중희토류다.

중희토류는 경희토류에 비해 부존량이 적고 매장지역도 편중돼 있다. 경희토류와 중희토류의 매장량과 생산량 비중은 18 대 1로 경희토류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은 중희토류를 곳곳에서 끌어온 뒤 가공, 정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전기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는데, 자국내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앞으로 2~3년 내 중희토류 수출 물량이 거의 없다. 자연적으로 수출이 막히게 된다. 중희토류는 다른 금속과 달리 현재 대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김동환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 인터뷰
-그래도 중희토류가 어딘가는 있지 않을까

△중국에 대부분 매장돼 있지만, 이외 검토해 볼 만한 곳이 있긴 하다. 미얀마 등에서 일부 있어 샘플 채취를 해봤다. 하지만 미얀마 내 정치 문제로 올스톱됐다. 매우 힘들다. 희토류는 개발에서 상업 생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희토류 원석을 확보했더라도 가공, 정제 과정도 문제다. 토륨, 우라늄 등 방사성 물질을 처리해야 하는데, 환경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정부에서 에너지전환, 전기차 등 미래차 전략 등을 발표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정작 희토류를 확보하지 않고 어떻게 에너지전환 등을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개별 기업이 중희토류 확보에 나서긴 힘들다. 당장 찾는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리스크가 너무 많다. 현대자동차, 포스코도 매우 힘들다고 한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강화로 광산 개발을 하려면 비용도 엄청 들어간다.

민간이 못하는 분야에는 정부가 들어가야 한다. 광물분야는 특히 배타성이 굉장히 강하다. 정부가 광산을 거의 다 독점하고 있어 정부 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언제 허가, 개발될지 알 수가 없다. 민관 합동으로 광산을 찾고, 정제·제련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이야 중국이 중희토류가 남으니 수출을 하는데, 앞으로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가격결정권이 엄청 세질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김동환 원장은…

△남호주대학교 경영학과, 국제학 석·박사 △호주연구소(TAI) 연구원 △호크연구소 연구원 △남호주대학교 국제학과 Lecturer Level B △한반도광물자원연구센터 부소장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

▶용어설명: 중희토류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자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스프로슘(Dy)과 테르븀(Tb) 등을 말한다. 미국·호주 등에서도 생산되는 경희토류와 달리 전기모터용 영구자석, 군사용 유도·통제 장치 등에 쓰이는 중희토류는 대부분 중국 남부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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