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부의 업무보고 내용은 상당 부분 입법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려고 하나?”고 물은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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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빠르게 여러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노사는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한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을 정도다. 노동계는 민주당을, 경영계는 정부를 앞세운 대리전으로 이미 변질됐다.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결실이 늘 정치적 결정에 밀리며 생긴 불신 탓에 줄곧 대리전만 펼친다.
하지만 대리전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노사 양측에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마치 영화 ‘결혼이야기’ 속 스칼렛 요한슨(니콜 역)과 아담 드라이버(찰리 역)처럼 말이다. 평화롭게 이혼하길 원했던 니콜과 찰리는 각자의 변호사가 재판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고통스러워 한다. 정부의 설득 대상은 민주당이 아니라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계이고, 민주당이 경청해야 할 건 정부의 설명이 아니라 경제 위기에 신음하는 경영계의 호소라는 걸 절대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