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곡법·간호법 놓고 끝장토론이라도 해 봤나[생생확대경]

양곡법·간호법 거부권에 결국 폐기…방송법 등 줄줄이
野의석 앞세운 입법 폭주→ 與거부권→ 이해집단 갈등 확산
치열한 협의·설득 과정 생략된 채 여야 대화단절 장기화
반대를 위한 반대만하는 여야, 국민 갈등만 키워
  • 등록 2023-06-08 오전 5:20:00

    수정 2023-06-08 오전 5:20:00

[칼럼니스트=이데일리 김기덕 차장] 토론과 협치가 사라지고 일방적 주장과 폭거만 난무하는 현장. 소신과 결단 없이 양치기에 이끌려가는 양떼를 방불케 하는 모습. 상대방 주장에 대해 반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도 반대를 일삼는 행태의 반복. 바로 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결국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데 따른 국회의 재표결 결과다. 앞선 거부권 1호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법안 내용과 이해관계자 등은 달랐지만, 법안 처리 과정과 그 후폭풍은 꼭 닮았다.

그 과정은 ‘이해관계가 걸린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법사위 패싱 후 본회의 직회부)→ 집권여당의 건의에 따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본회의 재표결을 통한 법안 폐기’라는 악순환이다. 이를 통해 국회 입법권 무력화, 이후 관련 이해관계 집단의 극심한 갈등으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 재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출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간호법은 최종 부결됐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물론 대통령 거부권 자체가 꼭 문제는 아니다. 이는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보통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법안을 야당이 밀어붙일 경우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동안 거부권 행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행사됐다. 제헌 국회 이후 벌어진 총 74건의 거부권(거부권 철회 제외시 총 72건) 중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45건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1·2·3대 재임 동안 행사했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문재인 전 대통령 0건을 행사했다. 사실상 과거 권위주의 체제 시절 행사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국회에는 일방적인 직회부를 막기 위해 상임위 차원에서 안건조정위원회, 직회부 이후 여야 간 한달 간의 숙려 기간, 본회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등 다양한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강행과 파행을 반복하는 현 상황이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6월 국회에서도 방송법, 노란봉투법,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 이미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거친 법안들이 본회의에 줄줄이 상정돼 있어 악화일로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극한 갈등은 대화 단절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당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에 “밥·술은 친구분들과 하라”는 야당 대표의 발언이나, 김남국 코인·돈봉투 의혹 사건 등을 꼬집으며 민주당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는 여당의 행태는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켜켜이 쌓인 총체라고 한다. 각 정당이 각계각층의 이해집단을 대변하면서 기회비용이 가장 적은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적어도 치열한 법안 논의와 상대방에 대한 설득 과정은 필수다. 여야가 모여 끝장 토론을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여론의 우려와 비판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기억하자. 양곡법의 당사자는 농민, 간호법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 방송법은 시청자,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다. 진영 논리로 정략을 거듭하면 국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더욱 키울 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논점을 흐리고 본질을 잃게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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