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준의 Research Lab]세계 최대 ESS 프로젝트

  • 등록 2018-06-18 오전 12:00:00

    수정 2018-06-18 오전 12:00:00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 2015년 10월 23일.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 전력시장의 구조를 바꿀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3만명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포터랜치 인근 알리소 캐년 천연가스 저장소에서 치명적인 ‘누출’이 확인됐습니다. 하루 평균 1200톤씩 메탄(CH4)가스가 새어 나오며 주민 수천명이 피해를 봤고 주 정부는 급기야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지난 2015년 캘리포니아서 발생한 메탄가스 누출 항공 사진
당장 가스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연료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신규 발전소를 짓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캘리포니아 정부는 400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ESS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던 시점이었습니다.

전력업체 SDG&E(San Diego Gas & Electric)와 ESS업체 AES 에너지 스토리지, 배터리 업체 삼성SDI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공동으로 150MWh 규모의 ESS설비를 구축했습니다. 이 외에 전력업체 SCE와 배터리업체 테슬라 등도 참여했습니다.

삼성SDI는 AES와의 협력을 포함해 총 240M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했습니다. 단일 프로젝트 공급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데 전력 피크 타임에 4만 가구가 4시간가량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입니다. 2016년 미국 ESS 시장의 규모가 590MWh 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장의 40%를 공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ESS 투자금액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ESS용 배터리는 기술적으로 어려서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비쌉니다. 판가가 1KWh 당 300달러 이상이기 때문에 삼성SDI는 약 500억원 어치 배터리를 공급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BMW 전기차 i3 7600대에 공급하는 배터리 규모와 유사합니다.

ESS 현장 사진
프로젝트는 6개월 만에 완료됐습니다. 400MWh 규모의 ESS는 알리소 캐년에서 연료를 공급받았던 가스발전소(193MW)의 50%를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40%에 달하는 캘리포니아는 전력 피크가 저녁 시간이기 때문에 보조적인 발전 설비가 필수적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ESS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기존 가스발전소에 비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전력 피크에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SDI는 이 프로젝트로 ESS 배터리의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ESS 배터리는 수명이 15년 이상 길어야 하고 100% 충방전이 매일 반복되기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삼성SDI는 캘리포니아 프로젝트를 계기로 ESS 사업부가 흑자 전환했고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올해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016년 캘리포니아 프로젝트 이후 전 세계 ESS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설치 비용은 감소했고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ESS의 구조적인 수요 증가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전기료 절감을 위한 상업용 ESS 설치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고려아연, OCI 등 소비전력이 많은 제조사가 최근 수백억원을 투자해 ESS를 구축했습니다.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20% 이상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ESS 시장의 확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ESS 확산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지금 배터리와 전력설비 업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