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학강국으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인 인재 양성은 답보 상태다.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의미하는 이른바 ‘의치한약수’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중도탈락자 1874명 중 자연계열이 1421명으로 75.8%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의치한약수, 즉 의약학계열에 진학하기 위해서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게 종로학원의 분석이다.
이미 최상위 자연계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의치한약수에 가지 못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퍼지고 있다. SKY 이공계는 의치한약수에 실패한 학생들이 잠시 머물러가는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제는 성적 순으로 의대 정원을 모두 채운 뒤에야 서울대 이공계 지원이 시작되고 있다.
의치한약수에 대한 학생들의 ‘꿈’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왜 의치한약수가 학생들의 꿈이 됐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이같은 고민에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과학강국의 꿈이 헛된 망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계획이 되려면 정부·과학계·교육계·대학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