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빙하기'에 물건 고르는 기준은…'자기자본 비중' 화두

금리·건축비 인상에 시행사 "아우성"
브릿지론→본PF로 전환 어려워졌다
후순위 채권자, 자금회수 위험 빨간불
투자대상 옥석가릴 기준 ''리캡'' 주목
  • 등록 2022-12-09 오후 6:21:03

    수정 2022-12-09 오후 6:21:03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고금리로 부동산시장이 ‘빙하기’인 가운데 상업용부동산 업계에서 물건을 고르는 기준으로 ‘자기자본 비중’이 조명받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뭄 속에서도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면 사업성 악화에도 버틸 체력이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에게 줘야한다. 그러려면 자기자본(에쿼티)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사진=AFP)
◇ 금리·건축비 인상에 시행사 “아우성”…브릿지론→본PF 삐걱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은 고금리로 유동성이 귀해진 상황에서 투자할 물건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으로 ‘리캡’을 주목하고 있다.

‘리캡(Recapitalization)’의 일반적 의미는 기업의 부채·자본 비중을 바꿔서 자본구조를 조정하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금융에서 ‘리캡’은 개발사업 자금을 조달할 때 에쿼티(자기자본)를 더 많이 투입하거나 에쿼티 내 보통주·우선주 구조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이는 본PF 등 자금조달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브릿지론과 본PF는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고 부실 위험이 크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 인허가 용도로 쓰려고 단기로 융통하는 대출이다. 착공 전 단계에 활용되며 시행사 운영자금 및 토지 잔금, 인허가 비용으로 쓰인다.

통상 브릿지론 만기가 되면 본PF 대출을 받아서 상환한다. 본PF란 인허가가 완료된 상태에서 착공 후 공사비, 분양 홍보 등 사업비에 쓰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이다. 증권사들은 브릿지론에 보증을 제공하거나 대출을 실행하는 형태로 참여해왔다.

지난 몇 년간은 부동산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본PF 전환이 문제없이 이뤄졌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급격한 기준금리·공사비 상승 및 분양여건 악화로 부동산 사업장의 수익성 우려가 커져서다.

한국은행은 사상 최초로 올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올 초 1.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3.25%로 2.6배 올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 (자료=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국토교통부는 올 들어 3차례 기본형건축비 인상에 나섰다. 인상률은 지난 3월 2.64%, 7월 1.53%, 9월 2.53%다. 기본적으로 기본형건축비는 6개월(3월, 9월)마다 정기고시 되는데 올해는 7월 비정기고시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악화, 이자비용 상승, 건축비 인상이란 ‘3중고’가 겹치자 시행사들의 부동산개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시중 유동성도 악화됐다.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이 부동산 PF를 중단하자 제2금융권인 증권사, 캐피털사는 신규 대출 및 연장 조건으로 연 10~20%의 고금리를 요구했다. 브릿지론이 본PF로 전환되지 않을 위험도 높아졌다.

후순위 채권자, 자금회수 빨간불…옥석가릴 기준 ‘리캡’ 주목

브릿지론 대출연장 및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실패할 경우 담보 토지를 경·공매로 내놓아서 자금을 회수해야 된다. 실제로 미분양이 쌓인 대구에서는 올해 브릿지여신 기한이익상실(EOD)로 공매물건이 여럿 나왔다.

대구 중구 동산동 도원동산개발 주상복합 신축(2600억원)은 일부 대주의 기한연장 거부로 기한이익상실이 발생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 우노디앤씨 주상복합 신축(1050억원)은 본PF 승인이 완료된 시점에서 시공사가 도급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사업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에 빠졌다.

수도권에서 본PF를 받은 사업장도 공매로 나왔다. 경기도 ‘화성 반도유보라 아이비시티’ 부지다.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신탁 방식으로 진행했던 사업장이며 한국투자증권을 통한 PF로 진행했다. 그러나 분양이 계속 연기돼 EOD가 발생했다.

이처럼 EOD가 발생하면 브릿지론 또는 본PF에 후순위로 참여한 채권자는 자금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경·공매에 나온 부동산은 시세보다 싸게 팔리는 경우가 많아서 후순위 채권자들에게까지 자금이 돌아갈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행사, 운용사들 사이에 화두가 ‘리캡’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장치가 있어야 한다. 즉 사업성이 악화해도 버틸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기자본(에쿼티)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니까 시행사, 증권사 담당자들이 운용사에 찾아와서 자산 매입 또는 PF 자금을 요청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다”며 “운용사로서는 수많은 물건 중 좋은 건을 가려낼 기준이 필요한데 그 요소가 리캡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PF 대출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장의 안정성을 가늠하기 위해 에쿼티가 얼마나 많은지를 중요하게 보게 마련”이라며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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