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美공장 백지화…무역전쟁 부메랑 맞은 트럼프

폭스콘 “글로벌 환경 바뀌어…현실에 맞는 계획 필요”
치적에서 악재로…“트럼프 2020년 재선에도 타격”
애플 쇼크 여파?…폭스콘, 매출 절반이 애플에서 나와
美 할리데이비슨도 EU 보복 관세로 생산기지 해외로 이전
  • 등록 2019-01-31 오후 1:12:12

    수정 2019-01-31 오후 1:12:12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폭스콘 미국 위스콘신 공장 착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 위탁 생산업체 대만 폭스콘이 미국 위스콘신주(州) 공장 설립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직접 착공식에 참석할 정도로 챙겼던 프로젝트였다.

폭스콘은 처음 계획을 발표했을 때와는 글로벌 경기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애플 쇼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무역전쟁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도 지난해 유럽연합(EU) 보복 관세 때문에 유럽 수출용 생산기지를 미국 위스콘신에서 해외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환경 바뀌어…현실에 맞는 계획 필요”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폭스콘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위스콘신에 세우기로 했던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규모의 공장 설립 계획을 재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 환경이 프로젝트를 처음 세웠을 때와 달라졌다. 새로운 현실(New Realities)에 부합되도록 모든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 위스콘신 공장 설립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겼던 프로젝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백악관에서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함께 “위스콘신주 남동부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할 대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궈 회장은) 100억달러나 되는 돈을 절대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6월 궈 회장을 비롯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 스콧 워커 위스콘신 전 주지사 등과 직접 공장 시공식에 참석했다.

당시 그는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첫 사례”라며 자신의 성과임을 자랑하고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치켜세웠다. 폭스콘은 1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 및 1인당 평균 임금 5만4000달러(약 6000만원)를 약속하며 화답했다.

위스콘신 주정부도 과도한 혜택 논란에도 30억달러(약 3조3400억원)를 보조금으로 책정,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당시 위스콘신 주정부는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기회”라며 제조업 부흥을 기대했다. 주정부 지도층은 “폭스콘 공장 부지 규모는 약 200만㎡로 펜타곤의 3배에 이른다”며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제조 단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ereat Again)’를 외치며 무역전쟁을 일으킨 것이 미국과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를 가중시켰고, 이같은 환경 변화가 결국엔 폭스콘이 공장 설립 계획을 재검토하는 결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치적에서 악재로…“트럼프 2020년 재선에 타격”

위스콘신은 역사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다. 1988년부터 모두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다. 그런데 지난 2016년 선거에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가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에 폭스콘 공장을 유치한다고 발표했을 때 2020년 재선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폭스콘은 이날 “1만3000명 고용 계획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위스콘신 사업은 여전히 우선순위에 있으며, 투자 기반을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애당초 폭스콘이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LCD 제조단지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측면에서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라”고 했지만 애플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과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 쉰 교수는 BBC방송에 “LCD 패널을 비롯한 폭스콘이 만드는 많은 부품들이 미국에선 생산되지 않는 것들”이라며 폭스콘 입장에서도 성공에 확신이 없을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명백히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 폭스콘이 위스콘신에 제조업 공장 대신 연구와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춘 ‘테크놀로지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BBC방송도 “폭스콘은 생산 근로자가 아닌 엔지니어와 연구원만 고용할 계획”이라며 사실상 미국에선 LCD 패널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스콘이 미국에서 블루칼라 고용을 대거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민주당은 즉각 정치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콘의 미국 투자를 보증했지만, 폭스콘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애플 쇼크 여파?…매출 절반이 애플에서 나와

폭스콘의 미국 내 투자 계획 변경이 ‘애플 쇼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콘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은 애플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은 매년 아이폰 신형모델 생산에 대비해 8월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매달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공장에 임시 투입해 왔다. 그런데 작년에는 예정보다 이른 10월에 5만명을 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폭스콘은 지난해 12월 매출은 2017년 동기 대비 8.3% 하락한 6193억 대만달러(약 22조4900억원)를 기록했다. 월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폭스콘은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테슬라, BMW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협력사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 걸쳐 100만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2016년 기준 10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에선 인디애나와 버지니아 등지에 총 3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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